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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마약이 아니다.
경악할 보도가 있었다. 담배값 갑 당 이천 원 인상. 이 기사를 일견한 나는 기가 막혔다. 이 한심한 정치의 나라에서 육십 평생을 살았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하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살기 심란한 서민들 목을 죄는 것이다.
변명은 많을 것이다. 국민건강을 위하여, 건보부담을 경감하기 위하여. 입이 없어 변명을 못할 것이냐? 그러는 이 정권의 위정자들은 몸에 더 나쁜 술도 안 먹고 몸에 좋은 식재료만 먹고 산다던가?
나는 이 정권의 위정자들에게 되묻고 싶다. 자식 잃고 울부짖는 유족들 모습을 TV화면으로 보고도 담배 한 대 안 피우고 견딜 수 있나? 수 십일 단식으로 뼈만 남은 김영오씨의 모습을 보고도 담배 한 대 안 피우고 견디는 강심장들은 누구인가? 오만한 집권당이 야당과 세월호 유족들을 이리저리 희롱하는 꼴을 보고도 어찌 멀쩡한 정신으로 TV화면 만 쳐다 볼 수 있나? TV 화면을 박살내지 않으려면 담배라도 피워야 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낙후된 후진국에 태어나 육십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못 볼 꼴, 더러운 꼴도 무던히 보고 살아 왔다. 어찌 술 안 먹고 담배 안 피우고 살 수 있었으랴. 더러 몸 생각 하느라고 내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고 침만 흘리며 악착같이 참는 친구들을 만나 환담을 나눈 적이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의지를 찬양하였다.
-당신들은 정말 대단하다. 그 불굴의 의지에 경의를 보낸다. 이 풍진 세상. 이 한심한 정치의 나라에서 담배까지 끊고 산다는 것은 보통의 결심으로 될 일이 아니다. 그래! 오래들 살아서 못 볼 꼴 많이 봐라.
-당신도 끊으면 될 거 아닌가?
나는 담배를 안 피우고는 이 나라에서 숨을 쉬고 살 수 없다. 담배 때문에 내 체력이 쇠잔 해 진다고 한들 할 수 없는 일이다. 십년을 더 산들, 더 일찍 죽은들 별로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그런데 당신들이 나 보다 십년을 더 산들, 이 나라가 북 구라파 선진국들의 공정한 사회를 기대할 수 있을까? 독일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할 수 있을까? 명철한 이성과 지성이 지배하는 사회로 될 수 있을까? 지금 돼 가는 꼴을 봐서는 어렵다. 이 나라 현대사에서 우리세대는 그래도 리버럴한 세대로 생각해 왔다. 언젠가 우리 세대가 시대의 주역이 되는 날에는 자유분방한 민주주의 사회가 될 거라고 믿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의 주역이 된 우리의 세대가 하는 꼴이 도대체 뭔가? 아직은 윗세대인 독재정권 시대의 주역들 70대 중 후반의 노인네들이 위에서 버티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우리세대의 아랫세대, 심지어는 자식세대에 이르기까지 구태를 답습하는 꼴을 보면 아연(啞然)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신들은 죽음에 대한 환상이 있는지 모르나 인간의 죽음은 누구를 막론하고 품위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오랜 흡연으로 병들어 죽으나 천수를 누리고 노환으로 죽으나 처참하고 초라한 몰 꼴로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다. 인간은 필패의 존재라는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더러 재수가 없으면 치매에 걸려 요양원으로 쫒겨나 간병인들에게 노상 얻어터지면서 연명하다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흡연을 하면 병들고 일찍 죽는다고 하지만, 골초의 대명사인 처칠은 평생 흡연을 하지 않았던 대처 보다 십년 이상 더 살다가 죽었다. 더구나 살아생전 서민들에게 죄를 많이 지었던 대처라는 여자가 늘그막에 치매에 걸려 죽을 고생을 하다가 비참하게 죽었던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신자유주의 사상으로 영국의 노동자들을 때려잡던 철녀 대처가 치매에 걸려 죽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아직도 흡연을 하는 친구들은 나의 주장에 동의하였고 금연을 하는 친구들은 냉수를 마시며 텁텁한 입맛을 다실뿐이었다.
쌓아 놓은 재산이 많아서 오래 살 길만 모색하는 소수의 기득권층들은 담배따위는 피우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간접세의 명분으로 서민 대중의 주머니를 터는 일이다. 담배 한 갑에 이천원을 인상한다는 것은 서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나는 보통 하루에 두 세 갑의 담배를 피우는데 최소한 하루 5천 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오 천 원 한 장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한 달이면 십오만원 이다. 2년 반 이 지나서까지 살아있으면 박정권에서 생색 내는 알량한 기초 연금을 받겠지만 담배값 인상분의 가치도 안 된다. 그러니 박 정권이 생색 낼 것도 없는 것이다.
이제부터 박 정권은 온갖 데이터를 들이대면서 담배값 인상의 당위성을 선전하게 될 것이다. 고양이 쥐 생각하는 식으로 담배의 해악에 대하여 온갖 자료를 들이 댈 것이다. 내심으로는 담배 값 인상으로 벌어들이는 2조원이 넘는다는 세수를 염두에 두면서도 국민건강을 염려하는 이율배반의 행태를 보일 것이다. 그래서 노상 건강을 챙기던 세습재벌들이 오래 살았던가? 선진국들의 담배 값 사례도 들이밀 것이다. 선진국 하고 우리의 소득 수준과 생활 형편이 같다는 말인가? 이도 저도 신통치 않으면 반대 의견에 종북 이론을 갖다 붙일 지도 모른다. 국민 건강을 저해하는 흡연은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견강부회가 없으란 법이 없다.
지금 여권에는 그러고도 남을 인간들이 한 둘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거의 두배로 올리는 담배값은 각종 물가앙등에 크게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던 독재정권들도 물가 앙등이 무서워 담배값을 획기적으로 올리지 못하였던 과거를 살펴 봐야 한다. 경기가 없으면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은 서민들의 목줄을 죄는 것이다. 그래도 좋다면 올려라!
논다 논다 하니 정말로 논다는 천박한 표현이 있다. 흡연자들은 갑 당 500원 정도는 오를 것이라 짐작하였다. 그런데 대거 80%를 올리겠다는 발표에 할 말을 잃는다. 하는 데까지 해 보랄 수밖에 공권력이 없는 서민대중이 뭐라 할 것인가? 할 수 있으면 당신네들 마음대로 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