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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경 방송,연예가 주변에 존재했던 유머가 하나 있다. 편의상 이효리란 가명을 대입해서 그 내용을 소개해볼까 한다.
“인기가수 이효리가 어느 시골 논둑길을 걸어다니고 있으면 시골 사람들은
이렇게 수근댄다.
‘ 이봐...이봐...저기 가는 저 아가씨...꼭 인기가수 이효리랑 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어 ? ’
그리고 이효리가 도시 한복판을 지나가고 있으면, 젊은애들이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같이 찍고싶어 몰려들게 되고
하지만 이효리가 여의도 어느곳을 걸어다니고 있으면 그곳 주민들은 이렇게
수근댄다는 것이다.
‘ 어머 !!! 이효리 쟤 또 코디랑 싸웠나봐 ? 벤도 안 타고 걸어다닌걸 보니 ?
’ ”
무슨 이야기냐면 스타급 인기 연예인이 시골구석에 나타날일은 별로 없으니 혹여 그곳에 연예인이 나타나도 사람들은 ‘설마...’ 싶어서 ‘연예인 누구랑 비슷하게 생겼다’며 수군거리게 되고 도시를 지나가면 당연히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같이 찍고 싶어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고, 하지만 여의도에선 연예인이나 방송인과 마주치는 일이 너무나 흔한 일이라 ‘연예인을 보았다’는 그 사실 자체는 이야기거리도 되지않고 되려 그 관련 연예인 신변에 관한 다른 이야기나 시큰둥하게 수군거리곤 한다는 것이다.
저와같은 우스개에서 볼수 있듯이 사실 ‘여의도’는 지금까지 한국 방송가의 메카였다. 대한민국 3대 지상파 방송중 두 개인 KBS와 MBC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곳이 여의도이다보니 방송,연예인이야 방송 관련해서는 당연히 여의도를 찾을수밖에 없고 가령 ‘방송작가 교육원’이라던가 이런곳처럼 방송과 관계된 이런저런 기관이나 시설들은 여의도를 중심으로 몰려들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특히 TV 방송사라곤 KBS와 MBC 두곳밖에 없었던 80년대 여의도가 그와 같았다. 라디오방송으로 기독교 방송 CBS가 존재하긴 했으나 사회적 영향력이나 위상은 두 방송사에 비할바가 되지 못했고, 90년대 들어 SBS가 개국하고도 현재의 목동 사옥으로 이전하기전 초창기 한동안은 여의도에 자리잡고 있었으니 이 시절 여의도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방송의 ‘중심지’ 같은곳이 될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케이블도 많아지고 종편까지 생기고 SBS는 목동 사옥으로 이전한지 이미 꽤 되었고 KBS나 MBC 조차도 가령 ‘수원 드라마 센터’나 ‘일산 스튜디오’처럼 드라마나 기타 프로그램 녹화를 위한 건물은 다른 지역에 별도로 따로 두고 있으니 ‘여의도’에서 방송,연예인을 보게 되는것은 이전처럼 그렇게까지 흔한일이 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KBS와 MBC 두 지상파 방송의 본사가 여전히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곳이 여의도다보니 방송계에서 ‘여의도’가 갖는 그 상징성과 느낌만큼은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었다.
MBC가 마포구 상암동에 ‘신 사옥’을 짓고 8월에 이사를 모두 마치고 어제 9월1일자로 ‘상암시대 개막’을 선언하였다. 이로서 1982년 여의도에 처음 스튜디오를 짓고 정동본사가 이전한후 지난 30년 세월을 이어져온 34년 MBC 시대는 막을 내렸다. 어제 MBC가 ‘상암시대’를 선포하며 하루종일 내보낸 특별방송에서 소개한 ‘상암 신 사옥’은 단순한 방송국 본사 수준이 아닌 그야말로 디지털과 한류의 시대를 맞이하여 새롭게 문을 연 ‘미디어 관광지’를 보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렇게 MBC가 상암동에 새로운 둥지를 틈으로써 이제 여의도에는 여전히 그 본관과 별관 건물이 우뚝 서서 그 위상을 자랑하고 있는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 혼자만 남게 되었다.
아마 마포구 상암 일대는 ‘DMC 랜드마크’ 지대를 조성함으로써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촌을 형성하게 되려는 모양이다. 이미 보도채널인 YTN이 지난 4월 상암 신사옥으로 이전했고 동아일보 역시 상암동에 ‘동아 미디어 센터’를 별도로 마련하였다. 그리고 30년동안 여의도 한복판을 지켜온 MBC마저 상암으로 이사를 했으니 이제 여의도의 ‘방송 메카’ 시대는 확실히 저무는 듯 하다.
마포구 상암동 일대가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촌으로 부각되면서 이제 방송국 하면 여의도를 떠올리던 시대는 이제 추억의 과거가 될 듯 하다. 무엇보다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KBS와 MBC중 한축인 MBC가 이제 34년 여의도 시대를 마감하고 마포 상암동으로 이사했으니, 혼자 여의도에 남은 공영방송 KBS의 느낌이 웬지 허전하고 쓸쓸해보인다는 느낌이 들 지경이다. - KBS 관계자들 입장에서도 34년 이웃사촌 MBC가 마포로 이사했으니 그야말로 오랜시간 함께 부대끼던 이웃사촌을 떠나보낸듯한 허전함과 아쉬움이 들지 않을까 싶다.
MBC의 상암 ‘DMC 랜드마크’로의 이전. 그것이 단순히 한 방송사의 사옥이전 의미가 아닌 한 시대 방송메카로 상징되던 중심축이 이동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것이 그런 이유다. 이제 방송이나 미디어 하면 상암동을 떠올리게되는 시대가 될까. 하지만 방송국 하면 여의도를 떠올리며, 그와 관련한 추억도 적지않을 세대의 한 사람으로써, 이제 여의도에 혼자 남은 KBS를 바라보며 드는 괜한 허전함과 아쉬움이 그와같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