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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지난 7.30 재보궐선거의 참패로 타격을 받았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다.
손학규 전 고문은 7.30 재보선 당시 ‘새누리당 텃밭’에 나섰다가 정치신인에게 패하면서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재보선 참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2선으로 후퇴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손 전 고문은 뼈아픈 패배로 인해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지금은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 인근 백련사 뒷산 토굴(흙으로 지은 집)에 둥지를 틀었지만, ‘아름다운 은퇴’라는 이미지를 남겼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는 손 고문이 이대로 정계를 은퇴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박영선 위원장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손 고문을 다시 모셔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들 역시 그의 은퇴선언을 크게 아쉬워했다. 실제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7.30재보궐선거 낙선자 중 가장 아쉬운 인물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압도적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손 고문은 지금은 죽은 듯 보이지만 언제 부활할지 모르는 휴화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안철수 전 대표는 치명상을 입었다. 정치적 타격이 심각한 수준이다.
‘새정치’ 깃발을 내걸었으나 통합신당을 창당한 이후 ‘구태정치’라는 비판만 받다가 불과 4개월여 만에 당대표 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말이 자진사퇴였지, 사실상 끌어내려진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로 인해 안 전 대표의 대권지지율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7.0%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7.6%)나 새정치연합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16.7%),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15.3%)과는 상대가 안 된다.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9.7%)은 물론, 김문수 전 경기지사(7.8%)에게도 밀리는 굴욕을 당했다. 안 의원이 6위에 머문 것은 리얼미터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 이래 처음이다.
심지어 여론조사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 5~6일 전국 성인남녀 1,116명을 대상으로 ‘안철수 전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과반 이상인 52.0%가 ‘정치 활동을 접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이른바 ‘안철수 태마주’라 불리는 주식들이 때 아닌 급등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실제 30일 현재 안랩은 전날보다 5% 오른 3만7800원으로 마감했다. 미래산업도 7% 넘게 급등했고, 써니전자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모두 안철수 테마주로 엮여 있는 종목들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에서는 안철수 관련 호재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뚜렷한 재료 없이 주가들이 올라서 관심도 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주식 투자자들의 평가가 비교적 객관적이고 날카로워 정치인 테마주의 등락만 잘 살펴보면 해당 정치인의 운명을 미리 점쳐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에게는 아직 그 어떤 호재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테마주가 이상 폭등세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국민들은 여전히 ‘안철수 현상’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즉 안철수 공동대표는 비록 국민에게 버림받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새정치’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지금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벌이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태도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특히 극단적인 장외투쟁을 벌였던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과거 ‘안철수 현상’을 만들었던 것처럼 ‘제 3의 정치세력’을 갈망할 수밖에 없다. 차기 대권 지지율 6위로 추락한 안철수 전 대표 관련 테마주가 이상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런 국민의 요구가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만일, 국민의 요구에 따라 ‘제 3의 정치세력’이 등장한다면 누가 그 세력을 이끄는 중심인물이 될까?
혜성처럼 등장하는 전혀 새로운 인물일까?
아니면, 칩거를 마치고 돌아오는 손 고문일까?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