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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viaje)! 언제 들어도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단어다. 일상에 지쳐있던 몸이 다시 움직이고, 잠잠하던 심장이 다시 뛴다. 여행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히고, 지친 몸을 회복한다. 여행은 마치 마법과도 같다.
필자는 스페인 변호사다. 변호사 생활은 무척이나 바쁘다. 일분일초가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에 대해서는 상당히 엄격한 편이다. 하지만 여행에는 관대하다. 비록 여행 전문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여유를 가지고 스페인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재충전 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혹은 변호사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여행 관련 문제에 부딪히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본 칼럼은 변호사의 입장에서, 직접 배우고 경험하고 상담한 것을 바탕으로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것의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스페인 여행의 로망은 소매치기와 함께 사라진다
여권은 국적 및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서류이다. 스페인에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신분증을 소지하는 것이 원칙이고 신용카드 결제 시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본인의 사진이 들어간 신분증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외국인의 경우, 국내에서와는 다르게, 스페인 당국이 발급하는 외국인신분증(NIE) 또는 여권을 반드시 제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딜 가나 비슷하겠지만 유럽에 대한 여행자의 로망은 소매치기와 함께 깨져버린다. 그래서 스페인 여행 도중 소매치기를 당해 대사관을 찾는 여행자를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설레는 마음으로 찾은 스페인에서 도착 첫 날 모든 것을 다 털린(?) 심정을 누가 이해할까.
소매치기는 경찰당국의 눈을 피해 적당히 관광객 행세를 하며 거리를 활보한다. 순식간에 훔쳐가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 여행하는 여행자를 미행하거나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범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지역은 당연히 소매치기 당할 확률이 높고, 늦은 시간이나 외진 곳에서 길을 헤매는 관광객도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여행을 마치고 출국을 위해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후에도 소매치기 사건이 발생하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스페인 여행 중 여권을 분실하였을 경우에 여행자는 최대한 침착하게 다음과 같은 절차에 따라 임시여권을 신청하여야 한다.
여권 분실 시
① 현지 경찰서 신고
현지 경찰서(지방경찰이 아닌 국가경찰소속 Comisaria de Policia Nacional)에 가서 여권의 분실 또는 도난신고(denuncia por extravio o sustraccion): 신고서 작성 시 사건의 경위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예전에는 통역인을 요청할 수 있었으나 예산상의 문제로 인하여 2012년부터 이러한 통역서비스가 제한되고 있음
② 스페인 대사관 방문
영사과 업무시간을 확인하여 마드리드에 위치한 주스페인 대한민국 대사관 방문(여권발급 관련 업무시간: 9:00~13:30), 신고서와 함께 임시여권 신청: 임시여권 신청 시 사진 2장과 수수료 납부가 요구됨(단수여권 : 12유로, 여행증명서 : 5.6유로)
③ 도난사고로 인하여 현금이 없을 경우
임시 여권 발급 후 외교부가 제공하는 신속 해외송금 서비스 이용 가능(1회, 최대 3,000달러)
숙박업소 시설물 관리 부실로 인한 부상은 누구의 책임일까?
몇 달 전 어떤 분이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이분은 스페인 여행을 하던 중 한 숙박업소에 투숙했는데 업소 측의 시설물 관리 부실로 인해 부상을 입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여행자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여행자도 소비자로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최소한 이러한 상황을 현지 당국에 알릴 수가 있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가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숙박시설에서 발생했더라면 아마도 보험처리가 될 테니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스페인 주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숙박시설일 경우에는 어떨까? 숙박업소 주인이 사과하고 치료비 및 비용을 지불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여행자는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지 고소를 해야할지 난감해질 것이다. 결론은 할 수 있다.
스페인 여행 도중 숙박업소는 물론, 음식점이나 상점 등 대중을 상대로 영업하는 사업장에서 소비자로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거나 불편한 사항이 생긴다면 여행자도 스페인 주 정부에 이러한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여행자(소비자)는 해당 사업장의 관계자에게 직접 소비자불만신고서(Hoja de Reclamacion)를 요구하거나 주 정부를 통해 신고서를 직접 제공받을 수 있다. 자신이 겪었던 불만사항에 대해 기술하여 제출하면 신고가 마무리된다.
합법적인 영업장소에서는 소비자불만신고서를 비치해두어야 하므로 제공을 거부하면 이것 또한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사실 짧은 기간 스페인에서 머무르는 여행자의 경우 사고 발생에 대해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는 것이 더 빠르다. 하지만 만 90일 미만의 범위 내에서 장기간 머무를 경우에는 이와 같은 신고가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하나의 예방책이자 여행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문현진:스페인 변호사/Universidad de Malaga 법대 졸업/스페인 변호사 자격 취득/CLM ABOGADOS S.XXI S I (민사,형사,행정 소송 전문 변호사) /ISOFOTON 근무 (국제거래계약협상, 기업민사소송 전문 변호사)/ 주 스페인 대한민국 대사관 근무/㈜자유나침반여행사 자문 변호사 (유럽 지사 및 관광객 안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