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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한에 사무친 사람의 피는 천년이 가도 흙 속에 벽옥(碧玉)처럼 빛 나리라.( 秋墳鬼唱鮑家詩 恨血天年土中碧) -李賀-
국가원수라는 지위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 정해진 지위다. 그러면 법률용어로 정해진 것이다. 이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필부의 부실한 개념을 확실히 하기 위하여 부득이 국어사전을 들추어 보지 않을 수 없다.
*국가원수(國家元首): 한 나라에서 으뜸가는 권력을 지니면서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 공화국의 대통령, 군주국가에서의 군주.
대통령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라고 한다. 다스린다는 말의 개념을 또 확실히 알기 위하여 부득이 사전을 조회 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다스리다: 국가나 사회, 단체, 집안의 일을 보살펴 관리하고 통제하다.
무지해서 필부일 수밖에 없는 나는 여기서 혼란을 느낀다. 헌법상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은 으뜸가는 권력을 지니면서 나라의 일을 보살펴 관리하고 통제하는 사람으로 되어 있다. 권위주의 정권의 수구보수 세력들은 여기서 나에게 시비를 붙지 말라. 국민 된 도리로 헌법상의 개념을 한 번 나름대로 알고자하는 것이지 주제 넘게 헌법을 따져 보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차떼기는커녕 남의 돈 십 원 한 장 거저 얻어먹지 않은 소박한 필부이고 시민일 뿐이다. 나의 이익을 위하여 생면부지들에게 가서 무례하게 악수를 청하거나 표를 얻겠다고 꼬리도 없는데 꼬리를 흔드는 척 한 적이 없다. 냄새나는 입으로 남 앞에서 애국 운운한 적도 없다. 애국(愛國)은 살아온 족적에서 그 성과가 있을 때 남이 인정해 주는 것이지 입 냄새를 풍기며 스스로 운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상식쯤은 잘 알고 있다.
징집제도 하에서 34개월 전방근무를 한 것 정도는 애국행위로 칠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몸이 약하니, 체중이 오버니 하면서 잘도 빠져 나간 인간들 보다는 낫지만 그것들은 인간으로 칠 수도 없는 것들이니 나는 그저 의무를 다 했을 뿐이다. 하기는 정전(停戰)중인 국가에서 군대도 안 갔다 온 주제에 툭하면 안보노래를 부르고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까지 지낸 자들도 있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그것들은 누가 봐도 스텐리스 보온병 껍데기를 포탄 껍데기로 여기는 자들이 아닌가? 전쟁이 나서 북한에서 쏘아댄 포탄 껍데기를 보고 보온병이 하늘에서 떨어 졌다고 할 인간들이다.
아무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나 국가원수(國家元首)나 동의이어인 것은 확실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국가원수는 국민을 다스리는 권력과 동시에 보살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도 알았다. 헌법상의 권리와 의무이다. 현재의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그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충실히 행사하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면 의무도 동시에 행해야 하는 것 아닐까?
김영오라는 40대 중년의 평범한 필부 국민은 그저 성실하게 공장에서 일하던 인물이었다. 바라던 것이 있다면 오로지 딸자식이 잘 되기를 바랄 뿐이어서 부지런히 돈을 모아 대학공부도 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자식이 잘되는 일이라면 힘닿는데 까지 밀어줄 각오로 성실하게 일하고 살았다. 그런데 수학여행 간다고 좋아하면서 아침에 집을 나선 아이가 여객선 안에 갇혀 고통스럽게 죽어 갔다. 배가 침몰하는데 세계 17위 국력의 정부는 무력하게 두 손을 놓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지만 아침에 기울어진 배는 오후에 완전히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딸자식은 속절없이 물속에 갇혀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물에서 아이를 건지고 장례를 치르고 다 잊어버리려고 다시 직장에서 일에 몰두하였다.
그런데 머릿속에서는 자꾸 아이가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것이었다. 놀라서 잠이 깨면 더 이상 잠도 오지 않았다. 매 순간이 고통이었다. 일을 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휴가를 내고 광화문으로 나왔다. 유족들은 우왕좌왕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야당이라는 것들은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집권당은 정부의 입장만을 고려하고 있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왜 정부가 구조를 못한 것인지 속 시원히 알고자 단식으로 정부에 항변하였다. 그렇게 40일이 아무 보람도 없이 지나고 결국 아이의 아버지는 쓰러졌다. 그는 쓰러지기 전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가원수에게 탄원하였다.
“제발, 나 한 번만 만나 주시오! 나, 밥 좀 먹게 해 주시오!”
국가원수를 대변한다는 자가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께서 나설 일이 아니다. 국회에서 입법 하라!”집권당은 국회에서 할 일을 왜 청와대에 탄원 하느냐고 면박을 준다. 야당이라는 집단은 그저 “한 번 만나 주세요.”하고는 그만이다. 그런데 청와대 지척인 광화문에서 보살펴야 할 국민이 40일째 밥을 굶고 있는 판에 청와대 만찬이 아무리 풍요한들 국가원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죽음의 단식을 하고 있는 김영오라는 중년의 일 국민이 걸려서 진수성찬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은 것이 불문가지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헌법상의 국가원수로의 자격에 문제가 없을 수 없다.
위방불거(危邦不居) 난방불입(亂邦不入). 국가원수는 나라의 소중한 존재이다. 공자의 말씀에 따라서 위험한 나라에는 갈 수 도 없고 거 할 수도 없다. 그래서도 아니 된다. 그러나 어제 국민들의 사정을 보살피러 부산의 무슨 시장엘 나가 한참 머무르고 민초들에게 위로를 건넸다고 한다. 시장은 어디까지나 난(亂)한 곳이다. 원래 민초들의 삶의 현장은 다 그렇다. 그래서 민초인 나는 시장엘 잘 가지 않는다. 주름진 얼굴. 거친 손. 살기 위한 몸부림. 억센 말의 난무. 경우에 따라서는 멱살잡이에 욕설이 난무하기도 한다. 한 푼이라도 손해를 안 보려면 어쩔 수 없다. 난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 재래시장이다. 그래도 국가원수는 민초들을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난장입(亂場入), 난장거(亂場居) 하는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무실에서 지척인 광화문에서 애타게 국가원수를 기다리며 굶어서 다 죽어가는 김영오씨를 왜 만나러가지 않는 것인가? 이해가 불가능한 일이다. 집권당의 어떤 자는 헌법정신 위배 운운하였다. 아무데나 헌법을 갖다 붙붙이나.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국가원수는 위신과 권위가 있을 수 있고 도 있어야 한다. 이것이 훼손 되어서는 헌법적 의무인 국가와 국민을 다스리기가 매우 난망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일 국민인 김영오씨를 만나는 일이 국가원수의 위신과 권위를 훼손하는 일일까? 바티칸 왕국의 교황 프란치스코가 낮은 곳으로 가서 온갖 병자들과 장애인들과 어울려 박수치고 껴안고 하는 일이 교황의 위신과 권위를 손상 시킨 것일까? 교황이 차를 세우고 한국의 필부 김영오씨를 만나서 두 손을 잡고 위로하던 일이 교황의 권위에 손상이 간 일 이었을까? 그랬다면 한국의 국민들은 왜 교황에게 환호하고 손이라도 한 번 잡아 보려고 난리 법석을 떤 것일까?
춘추전국 시대당시 맹자(孟子)는 뛰어난 석학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권위와 위신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국가 엘리트주의자였다. 말하자면 엘리트 낙수효과론을 펴는 지식인 이었다. 나라의 엘리트를 많이 양성하면 자연히 필부들을 제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장자(莊子)맹자의 그 엘리트 국가주의를 공박하기를 서슴치 않았다. 맹자가 고급한 옷을 차려 입고 여섯 필의 말이 끄는 호사스러운 마차에 올라 수 십여 명의 시종들을 거느리고 주유천하 하는 모습을 속물주의로 공박하였다. 그러한 맹자도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라고 강변하였다면 이 나라의 엘리트 보수주의자들은 믿을 수 있을까? 그 맹자의 말씀을 한국이라는 현대국가의 사정에 대입하여 풀어보면 이렇게 될 것이다.
“나라에 자원이 많고 삼성전자나 현대 자동차 같은 큰 공장이 많고 고층 아파트가 많다고 해서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을 소중히 여겨야 나라가 되는 것이다.”
1970년 도 쯤에 유명한 여가수의 가수보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