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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입법로비 의혹 수사를 통해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치인 출판기념회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출판기념회 논란의 촉발은 입법로비 의혹에 휘말린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이다.
검찰은 신 의원의 대여금고와 박 의원 장남 자택에서 뭉칫돈을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해당 의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그 뭉칫돈의 출처를 ‘출판기념회 수익금’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의 출판기념회는 여야 각 정당대표와 동료의원들은 물론이고, 기업과 정부기관, 민간단체 관계자들로 의원회관 대강당이 꽉 들어찼다.
물론 참석자 대부분은 책값이나 축하금 명목으로 돈을 냈다.
그런데 100만원 이상의 고액 축하금만 1억5000만원 넘게 받은 것으로 알려져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책값을 명목으로 이렇게 고액의 축하금을 건넨 사람 가운덴 국회 상임위 유관 단체와 국정감사를 앞둔 피감기관 관계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검찰은 이 돈뭉치 가운데 유치원총연합회가 건넨 3900만원과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에서 받은 1500만원 등은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뇌물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소한 전례도 없고, 정치자금법 규제 대상도 아닌 출판기념회를 빌미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검찰의 출판기념회 수익금에 대한 수사는 명백한 표적·별건수사”라고 반발했다.
여야 정치권 스스로 출판기념회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앞 다퉈 개선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말 뿐이었을 뿐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반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행법상 출판기념회 축하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 선거일 90일 전에 출판기념회를 열 수 없다는 조항이 전부다. 수익금 제한도 없고 수입을 공개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대부분 현장에서 현금으로 접수돼 합법을 가장한 음성적 정치자금 모금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올해 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광역단체장 후보자들의 출판기념회가 전국에서 잇따랐었다.
보통 책 한 권은 만 원 남짓이지만, 달랑 책 한 권 값을 내는 참석자는 거의 없다. 통상 10만원 정도는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사실상 정치 후원금 성격을 띠고 있지만,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은 중앙선관위에 신고할 법적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누구에게서 얼마를 받았는지도 확인조차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인지, 국회에서 한 번, 지역구에서 재탕, 삼탕으로 출판 기념회를 열어 구설수에 오른 국회의원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당내 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를 열어 공개적으로 정치 자금을 모으는 의원들도 상당수다. 이런 상황에서 신학용의원이나 박상은 의원이 받은 출판기념회 뭉칫돈을 사법처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출판기념회가 입법로비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만큼, 여야 각 정당은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사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출판기념회의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그동안 수차에 걸쳐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떠벌려 왔다.
실제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대표는 지난 2월 3일 "출판기념회의 비용과 수익을 정치 자금법에 준해 선관위에 신고하고 관리감독을 받게 해서 회계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고, 앞서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월 당대표 신년 기자회견에서 “출판기념회를 하면서 정치자금법을 회피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그런 약속은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출판기념회도 아무런 제재 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야 모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한다더니 말 뿐인 셈이다. 이러고도 선거 때 국민들에게 지지해 달라고 한다면 너무 뻔뻔한 것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출판기념회에서 받는 돈은 ‘떡값’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책값’이어야 한다. 1만원 남짓 하는 책값을 10만원 내는 것도 비정상이지만 그 액수가 100만원 이상이라면 그것은 ‘책값’이 아니라 사실상 ‘떡값’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