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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만 뜨면 새로운 군부대내 가혹행위 소식이 하나씩 터져 나오는 것 같다.
실제 윤일병 사건이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강원 철원군 중부전선의 한 부대에서 후임병을 때리고 성추행한 정황이 드러나 군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제대한 한 예비역 병장이 자신이 군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던 일들을 인터넷에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아마도 사회에서 소위 ‘깡패’라고 불리는 선임병을 만나 만만치 않은 군 생활을 보낸 듯 싶다.
하지만 그는 결론 부분에서 “60만의 현역 중 별의별 희한한 놈들이 많을 것이고 ‘또라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놈들은 지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나 같은 케이스도 대대 180명중 이런 미친놈은 하나에 불과했으니까. 1%도 채 되지 않는다”며 “언론에서는 군에 대해 좋은 일로 뉴스를 내지 않는다. 안 좋은 일만 뉴스를 내니 당연히 그게 더 크게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윤일병 사건과 같은 군대내 가혹행위는 당연히 뿌리 뽑아야 하고, 이모 병장 등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5일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녀를 군대에 보내는 것조차 두렵게 만드는 폭력행위는 국가사회 기반을 뒤흔드는 범죄"라며 "국가안보 차원에서 잘못된 병영문화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못된 병영문화와 관행을 바로 잡아서 군이 신뢰를 되찾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윤일병과 같은 참담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잘못된 병영문화를 바로 잡는 것이 또 다른 적폐를 해소하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가혹행위가 마치 군대내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침소봉대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군인들은 우리의 아들이요, 형이고, 동생이고, 조카이다. 그런 군인들이 모두 살벌한 폭력배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호전적인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실제 북한은 18일부터 한미 양국이 실시하는 연합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중단하지 않으면 ‘선제타격’을 하겠다고 협박했다.
북한 인민군은 17일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UFG연습은 미제의 날강도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그에 발 벗고 추종해 나서고 있는 남조선 괴뢰들이 동족대결 책동에 따라 고안된 북침전쟁연습”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민군은 “UFG 훈련은 핵전쟁 연습이므로 훈련을 실시하면 ‘선제타격’하겠다”고 협박을 한 것이다.
앞서 북한은 강원도 원산부근에서 동해상으로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 군의 사기가 저하된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적(敵)을 이롭게 할 뿐이다. 따라서 병영문화 대수술은 윤일병 사건과 같은 군부대 내 환부를 도려내는 수순에서 그쳐야지, 그로 인해 군대전체의 사기가 저하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지금 군부대 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각종 병폐가 가정교육, 학교교육, 나아가 사회교육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군을 질책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제 연세대 대학원 심리학과 석사학위 논문(2012년) '자살시도병사의 위험요인과 보호요인에 관한 개념도 연구'에서는 입대 후 자살시도를 경험한 병사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자살을 시도하게 된 동기로 '부대원들이 무슨 말을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몰라서 늘 긴장상태다', '부대에서는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못하니까 답답하다', '부모님이 보고 싶기도 하고 갇혀 있다는 것이 싫다'가 5점 만점에 무려 4.29점으로 높은 점수를 차지했다.
즉 ‘소통의 방법을 몰라 긴장하고’, ‘내 멋대로 못해서 답답하고’, ‘갇혀 있어서 싫다’는 게 주된 이유다.
결과적으로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소통의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은 학교교육의 잘못,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자제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못한 가정교육의 잘못, 국방의 의무를 단지 갇혀 있는 것으로 인식시킨 사회교육의 잘못이 군부대내의 병폐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군부대가 모든 병폐의 근원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지 않는가.
그것은 안 될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윤일병 사건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아울러 그런 참담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부대내 적폐를 수술하되, 그로인해 군의 사기가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필히 병행해야만 한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