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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뒤 미국의 핵위협을 받아 온 북이 1974년부터 미국에 제안한 평화협정이 거부 당한 채 40년이 되었다. 북은 계속되는 미국의 정치제재/경제봉쇄와 핵위협으로부터 민족과 조국을 지키기 위해 핵미사일을 개발했다고 한다. 실제적 핵미사일 문제는 북이 첫 핵시험을 한 2006년 이래의 일이다. 지난 8년 북핵 문제를 놓고 그 제1 당사자인 남은 미국이 해결해 달라며 물러선 한편, 북은 남의 군사주권을 행사하는 미국과 타결할 수 밖에 없다고 하고 있다. 핵을 포기할 수 없는 북을 아는 미국은 북핵폐기 주장만 내 놓고 현상유지를 위해 세월을 즐기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남북연합방평화체제를 해 냈다면 북핵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는가? 미국의 선물 북핵은 이미 우리겨레의 핵이기에.
2013년 봄, 북의 제3차 핵시험과 북미 핵대핵 대결상황까지 지켜보게 된 남에서 드디어 자체 핵무장 주장이 나왔다.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남녘 사이비보수의 진짜보수 같은 자주성 있는 갸륵한 결의였다. 이런 주장은 1970년대 중반 박정희 대통령이 북의 무력에 대항 할 자위력 구축을 위해 핵개발을 추진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어느 나라던 지키고자 하는 가치관과 정체성이 무력위협을 받게 되면 전략적 자위책으로 핵개발을 하게 된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패퇴하는 미국을 보며 박정희 대통령이 자위를 위한 핵무장을 시도했다 중단 된지 20여 년 뒤 김정일 위원장이 핵개발을 결심한 것 또한 이런 보편적 논리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북 보다 수 십 배의 경제력을 지닌 남한이 북의 수 십 배의 국방비를 수 십 년 써왔지만 언제나 무력의 대북열세라며 국방비를 늘려서 미국의 고가 재래식 무기구입만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을 쓰고 있음에도 북의 핵무장은 비대칭 전력의 확실한 열세라는 현실인식에서 자체 핵무장 주장이 나온 것일 게다. 그러니 그동안 북핵을 그렇게도 비난해 온 남에서 이제 자체 핵무장을 외치는 것은 북의 핵무장을 역설적으로 대변하고 정당화해 주는 것이 아닌가.
뒤늦게나마 남이 이렇게 역지사지하게 되다 보니 얄궂게도 통일의 날이 가까워졌다는 것인가?
그런 한편 자체 핵무장 주장에 대해 북핵문제 해결책을 주도하지도 못하는 남의 논객들이 남의 핵무장은 주변국 핵개발을 유발한다는 주제 넘는 소리나 하고 있다. 주변국이라면 대량의 핵 원료와 기술을 축적하고 있어서 언제라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일본이다. 일본의 핵무장은 미국이나 중국이 먼저 염려 해야 할 일이다. 한편 가난한 인도와 파키스탄은 국경문제로, 아랍국가에 둘러싸인 이스라엘도 각기 독특한 처지와 이유로 핵 국가가 되었다. 또 가장 안락한 풍요와 평화를 누리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도 핵 국가이다. 냉전시대 미국과 핵미사일/우주개발 경쟁을 했던 러시아가 지금 다시 올라오며 중국과 더불어 핵/우주국가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나라들이 핵 문제로 분란을 일으킨 적이 없다는 사실을 마음에 두고 우리겨레의 핵 문제에 대해 더 생각해 보자.
남의 보수진영에서 자체 핵무장 주장이 나온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북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는 자못 감성적인 말도 했다. 아마 북핵을 포기하라는, 또 폐기시켜야겠다는 뜻에서 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북의 핵은 동족인 남녘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북핵은 미국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자위수단이라고 했다. 북은 또 북 자신만을 지키기 위해서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며 핵개발을 해 온 것도 아니라고 했다. 2011년 여름, 북녘의 한 외교관이 나의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기념 강연원고를 읽고 난 뒤 보내온 편지의 한 구절이 귀에 울린다. “ 다시는 외세의 종이 되지 말자고 이를 악물고 지켜 왔습니다. 지키고자 했던 것은 단지 북이라는 나라의 절반이 아니라 우리민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민족의 자주성, 우리민족의 자존심>이라고 하지 <북의 자주성> 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외세로부터 우리민족을 지키자>고 하지 <북만 지키자고> 하지 않았습니다.”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남북연합방> 오인동, 다트앤, 2013)
북이 핵무장을 했기에 미국이 감히 한반도에 공격을 하지 못했다는 북 정부의 말이다. 아다시피 미국은 핵 없는 이라크의 핵개발을 저지한다고 침공했고, 핵 개발 중도 포기한 리비아도 붕괴되었다. 그리고 핵 개발하는 이란이 미국의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의 선제공격이 없는 한 북이 핵 도발할 이유는 없다. 만약 미국이 북을 선공하면 북은 미국에 대응할 것이다. 또한 남, 일본, 오키나와, 괌의 미군은 북 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는 쉬운 타격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면 남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은 자명하다. 아니 조국강토는 미국의 핵공격으로 공멸될 수도 있다. 2차 대전 뒤 일어난 우리 조국, 베트남, 이라크, 아프간 전쟁은 미국이 주도했다. 그런데 이 아시아 나라 전쟁들에서 미국은 고전하면서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했고 결국 모두 패퇴했다. 그러나 일본과의 전쟁에서는 예외였다. 항복 직전의 일본에 인류사상 최초 핵폭탄 사용으로 수십만 명을 단번에 살상하고 완승했다. 그뒤 6.25전쟁 때 중국군 참전으로 전세가 불리해지자 북중국경지대에 원자탄을 퍼붓겠다고 해서 ‘수 십만 원자탄피난민’이 가족과 고향을 떠나 남으로 내려갔듯이 앞으로 또 한번 핵폭탄 사용으로 미국이 두 번째 세계기록을 갱신할 것인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다”는 대통령의 비장한 말 또한 남의 자체 핵무장 주장처럼 얄궂게도 ‘미국의 핵을 50여 년 발 아래 딛고 살아 온’ 북 인민들의 입장을 잘 대변해 주는 듯 하다. 진정에서 한 말이었다면 말이다. 여하튼 북은 지난 20여 년 동안에는 ‘발 아래나 머리 위’를 가릴 것도 없이 미국의 핵군함과 핵폭격기의 위협을 받아 왔지만 이제 핵 자위력을 갖추었기에 핵무기 고도화와 더불어 인민들의 생활향상을 위한 경제발전에 매진한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에 순종하고 사대만 해 온 남 보수층이 미국의 반대를 넘어 감히 자체 핵개발을 할 용기가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더구나 북핵의 당사자이면서도 문제 해결에 앞서 나서지도 못하고 늘 미국 뒤에서 허황하게 북의 선핵폐기만 외치고 있는 남이기에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미국은 북이 핵 포기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또 폐기 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폐기하면 미국의 아시아 회귀/재균형정책의 명분이 없어지는 셈이다. 북핵이란 꽃놀이패가 없으면 동아시아 패권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니까. 예상 했던 대로 남녘에서 핵무장 소리는 저절로 잠잠해 졌다. 그렇다고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이런 지경에 처해서 밖에서 모국의 남과 북의 현황을 한번 더 큰 눈으로 살펴보자. 먼저, 남한은 핵발전 과학기술 로 말해도 세계적이고 10위대 경제국임을 자랑하고 있다. 또 혈맹미국 을 비롯한 세계의 서방열강들로부터 국제적 신용과 존경을 받고 있다고 자부도 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유엔 사무총장도 세계은행 총재도 배출한 남이다. 한편 북은 “핵은 핵으로써만 억제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고 믿기에 자신의 핵미사일 보유가 세계의 비핵화와 평화를 촉진할 수 있다며 미국에 정면 핵 대결하는 유일한 핵/우주국 임을 자신하고 있다. 나아가 북의 막대한 자원, 기술, 사회구조는 앞으로 괄목할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바탕을 지니고 있다. 남북의 이런 탁월한 자산과 실력을 함께 합쳐 발휘해 보면 세상에 이뤄내지 못할게 있겠는가? 이래도 저래도 풀리지 않는 북핵, 아니 겨레의 핵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남과 북은 발상의 대전환을 해 보라는 것이다. 청천벽력적이랄 것도 없이 원칙을 따라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한다.
즉, 내 말은 남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아니고, 또 북은 핵을 지렛대로 미국에 평화를 구걸하지도 말고 핵문제도 남북연합방 평화체제처럼 풀라는 얘기이다. 즉 미국이 우리겨레에 준 귀한 선물, 핵을 남북이 함께 꼬옥 껴안고 안전하게 공동관리 하는 것을 숙의해 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핵 국가가 되라는 얘기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