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9년이다. 건국 66년이다. 이 역사 속에서 나는 62년 5 개 월 가량을 살아 냈다. 전쟁 중에 태어났지만 순탄하게 살던 삶이 1961년.5월 16일 군사 쿠데타를 기점으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60평생 고난의 삶을 살게 되었다. 정확하게는 선친이 정치 변혁에 휘둘려 사업재기를 못한 것이었지만 부모의 양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식의 처지로서는 속절없이 휘말릴 수밖에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결국은 나라 정치의 문제이다. 수많은 독자들이 언론 토론방에 정치적 견해를 올리는 까닭도 정치적으로 충족감을 얻지 못하는 데 있는 것이다.
이 나라 역사에서 뛰어난 지성과 용기와 지도력을 겸비 했던 정치 지도자들인 신익희, 조병옥, 장면, 김도연, 김대중 이래로 이 나라 정치에는 진정한 지도자가 부재했음을 느낀다. 오늘날 이 시점에 정치가 지리멸렬하고 나라 행정이 갈팡질팡 하는 것이 있다면 이는 모두 정치에서 비롯된 것이며 정치계의 하향평준화가 이루어진 탓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말대로, 선비의 지성과 상인의 현실 감각을 갖춘 정치 지도자가 없는 탓이다.
군사 쿠데타는 국가사회에 암세포를 착상 시키는 일이다. 암세포가 증식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수전노 노파와 그 조카를 도끼로 쳐 죽인 라스꼴리니코프는 지은 죄를 감당하기 위하여 기약 없는 시베리아 유형을 떠났다. 시베리아로 향하는 무개썰매에 올라타는 것은 지옥행 열차를 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옥 속에 살아간다는 것은 이미 산목숨이 아니다. 쿠데타로 프랑스의 정권을 장악한 나폴레옹은 수 십 만 수 백만의 인간을 살육하고 도탄에 빠뜨리고도 프랑스 형법에 저촉되지 않았다. 필부들은 돈 혹은 증오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면 거의 평생을 감옥에 갇힌다. 그러나 광주 시민 수 백 명을 학살하고 부상을 입히고 또 다른 수 백 명을 잔인하게 고문 한 쿠데타 지도자들, 하수인들은 장장 13년 동안 법률에 저촉되지 않고 권력을 누리고 살았다. 누만의 재산을 쌓고 자자손손 벌어먹고 사는 고생 없이 왕족 못지않은 삶을 누렸다. 이 나라의 정치, 사회 교육, 문화 제 분야에 암 덩어리가 존재 한다면 군사 쿠데타가 암세포를 착상시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정부의 선택권을 가진다는 민주주의 건국 헌법 정신이 뒤집어 지는 것이 쿠데타이다. 국가의 본질이 엎어지는 것이다. 도의는 땅에 떨어지고 사회 질서의 본말이 뒤집어 질 때 국가사회의 모든 분야와 이를 받치고 있는 구성원들의 가치관의 혼란과 전도(顚倒)는 당연한 수순이다. 이런 속에서 논어를 달달 외워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인문사회학이 꽃 피울 수가 없는 것이다. 군사 쿠데타는 그동안 국가사회가 쌓아온 건국역사의 패러다임을 일거에 뒤집는 것이다. 합법이 무시되고 편법이 판을 친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공권력을 틀어 쥔 정치권력이 주인이 되는 국가사회가 되는 것이다. 국민은 다만 권력에 복종하면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일견 국민 노릇 하기 쉬운 것 같지만 본질을 따져 가보면 빛 좋은 개살구의 신세나 다름없는 것이다. 김대중 이래로 이 나라의 진정한 정치 지도자가 성장할 풍토가 되었던가? 토양이 부실하면 식물이 시드는 것과 하등에 이치가 다를 것이 없다.
건국 이래 국민은 이 나라 정치권력의 나라정책에 대하여 한탄할 때가 아주 많았다. 하지만 권력이 밀어 붙이면 국민은 볼멘소리 밖에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참다 참다 민중 봉기가 일어나는 것이지만 민중의 봉기가 쉬울 까닭이 없다. 따지고 보면 무력한 존재가 국민인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밀어붙이기 사업의 결과를 보라. 암담하여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그 엄청난 부채. 망가진 수질. 떼죽음 하고 있는 생물들. 나날이 늘어갈 수밖에 없는 천문학적 관리비용. 중남미의 소국 파나마 공화국에서도 국가경제에 막대한 도움이 될 수밖에 없는 제2의 운하를 건설 하는데 수년의 국민 설득 기간을 거쳤다. 사업비는 이명박의 4대강 삽집에 절반 수준 이었다. 도대체 이 나라 정치권력은 왜 이 모양인가? 그 수준은 왜 그 모양인가? 토론방의 독자들이 썩어가는 강물을 보고 열불이 나서 더러 쌍욕을 올리지만, 이명박과 그 수하들은 작금 할 말이 있으면 해 보라! 왜 쥐 죽은 듯이 말이 없는가?
무소불위의 정치권력을 행사 하던 3공 정권이 60년대 후반 강남지구 개발을 하면서 돈 놓고 돈 먹기 식 부동산 광풍을 일으켰어야 했을까? 당시에는 논과 밭떼기에 불과한 지역이었다. 땅값이 시세랄 것도 없는 헐값이었다. 강남으로 가려면 한강다리를 건너거나 나룻배를 타고 건널 일이었다. 그 가치 없던 땅을 개발 하면서 국가 100년 대계의 공영개발의 원칙을 세워 국가 수용 령으로 할 수 없었단 말인가? 이 나라의 돈 가치가 하락된 원인이 된 인플레이션은 강남개발 광풍이 불면서 시작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빈부의 격차가 확실히 벌어지게 된 것도 강남지구에 부동산 광풍과 투기로 해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