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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으로 결단해 주십시오
당이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과 함께 우리 당의 존재 이유도 시험대에 놓여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원내대표 합의 소식을 접하고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7.30 재보궐선거 패배 다음 날 아침, 일어날 힘도 없다던 유가족들의 절망어린 한숨 소리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아픈 이들은 자식을 잃은 유가족입니다. 특별법 통과를 위해 기꺼이 서명했던 350만 명의 국민과 당원들 그리고 지지자들도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의 지도력이 흔들릴까봐, 그래서 당이 또다시 난파할까봐 숙고하며 침묵하고 있는 의원님 또한 제 심정과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재보궐선거 참패를 극복하고 당을 바로 세우기 위한 비대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합니다. 지금 이 순간 당내에서 가장 외로운 이는 좌초하는 당을 살려야 할 책임을 맡고 있는 박영선 비대위원장일 것입니다. 박 위원장의 고심과 진정성을 이해하고, 또 그가 성공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온 저이기 때문에 이 글을 적으면서도 많이 아픕니다.
그러나, 결단은 이럴 때 필요합니다.
진정 당을 살리는 길은 유가족의 아픔과, 그들과 함께하는 국민의 아우성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으로 특별법을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의원님께서 당론으로 재협상을 요구해 주십시오. 그리고 박 위원장은 그 뜻을 받들어 한발 물러서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당을 살리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처를 보듬어 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박 위원장의 민주적 리더십은 오히려 강화될 것입니다. 국민은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에 더 큰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세월호 특별법은 협상을 통해 얻어야 할 성과가 아니라 결기를 갖고 쟁취해야 하는 시대적 책무입니다. 재협상을 통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조사기구를 관철하고, 만일 끝까지 새누리당이 국민적 요구를 묵살할 때에는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국민과 함께 일관된 투쟁에 임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호소 드립니다.
11일 의원총회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무효화하고 재협상 할 것을 결의해 주십시오.
자식 잃고 곡기까지 끊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희망을 주십시오. 우리가 그들의 손을 놓아 버린다면, 국민이 우리의 손을 놓아 버릴 것입니다. 사랑하는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낸 부모들의 아픔을 생각해 주십시오. 우리가 정치를 하는 이유를 증명해 주십시오.
새정치민주연합 당원 정동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