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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에서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이 탄생할 수 있을까. 이번 재보궐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그것이었다. 30년 야당 독식을 깨트리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이정현 후보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전 청와대 홍보수석인 이정현 후보가 지역주의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호남에 출사표를 던지자 여권 일각에서는 떨어질 것이 뻔한 호남 지역에 출마하는 것을 만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대이변이었다. “떨어져도 좋으니 고향인 순천곡성에서 낙선하고 싶으며 고향 분들이 나의 진정성을 알아주길 바랄 뿐”이라는 이정현 후보의 간절함이 전해진 것인지, 7·30 재보선에서 이정현 후보는 49.4%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대한민국 정치사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하루 전날까지도 패배를 예상했을 정도였다. 26년 간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호남의 벽을 허물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었다. 의외의 결과에 많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표하며 “이정현 후보의 진정성과 뚝심이 이루어 낸 결과”라며, 기적이 일어났다는 반응이다.
이정현 후보는 새벽 3시 반이면 항상 교회로 가서 유권자들이 자신의 진정성을 알아주기를 기도했다고 한다. 유세현장에서는 애절한 목소리로 주민들에게 호소하며 표심을 얻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해서 이목을 끌었다고 전해진다. 중간 중간 힘이 들면 장터 바닥에 앉아서 주민들과 마음을 나누는 모습에서 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이 움직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정현 후보의 이런 행보 곁에는 언제나 진심 어린 충고와 위로를 마지않았던 그의 아내가 있었다. 세 번에 걸친 유방암 수술을 받은 몸을 이끌고, 언제나 남편의 옆에서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준 그의 아내가 있었기에, 이번 선거의 승리가 있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투표율도 51%로 전국 15개 선거구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그만큼 유권자들의 관심과 이목을 많이 끌었다는 이야기이다. 뜨거운 관심 속에서 정치역사를 새로 쓴 이정현 후보는 이제 지역감정 극복과 타파에 있어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지역감정을 깨는 데 앞장서며 희망을 보여주는 선봉장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사실 그는 이번 재보선에 앞서 17년 간 세 차례에 걸쳐 호남의 벽에 도전했었다. 그의 사전에 포기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995년 기초의원 선거가 첫 번째 도전이었다. 광주 광산구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것이다. 두 번째는 2004년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1.03%의 득표율이라는 처참한 결과였다.
주변에서는 ‘호남의 벽을 허물 수 없을 것이다.’라며 충고를 하였고 ‘출마하려면 당적을 바꾸어야한다.’는 등 현실의 벽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2012년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다시 한 번 도전한 것이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하지만, 39.7%라는 득표율로 1.03%라는 두 번째 도전에 비해 희망적인 결과였다. 사실 이번 재보선에 당당히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2년 전 도전 때 생긴 자신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현 후보의 이러한 도전을 단순히 포기하지 않는 정치인로서의 승리만으로 볼 수는 없을 듯하다. 이정현 후보의 당선은 큰 사회문제로 야기되어 온 지역감정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실 이정현 후보에 앞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도전한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현실의 벽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던 용기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비록 낙선했더라도 정치적 소신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아름다운 도전을 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지역감정이라는 한계 때문에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많은 사람들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지역감정 극복이라는 선진 시민의식 실천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로 실감했을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아쉬움이 컸던 만큼 앞날에 대한 기대도 커졌을 것이다. 그만큼 초미의 관심이 된 이정현 후보가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화합과 통합을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이 주어진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이정현 후보가 보여줄 영·호남에 대한 차별이 아닌 진정한 통합과 화합이라는 멋진 행보가 진심으로 기대된다.
<이창호 : 칼럼니스트/ 신지식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