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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기업하는 장삿꾼으로서는 처세가 빼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살인악귀가 창궐하는 작금의 엄혹한 난국을 돌파해야 할 야권 지도자로서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니 오히려 집권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기에 급급했다. 그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
급기야 7.30 재보궐 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을 안고, 김한길 공동 대표와 함께 동반 퇴장했다. 한 때 차기 대권 주자 1순위로 각광 받았으나, 이제는 사실상 회생 불능으로 접어 들었다. 제1야당 대표로서, 자기 역할을 방기한 데 따른 자업자득인 셈이다.
결국 온실 속 화초가 갖는 극명한 한계이기도 하다. 그가 국회 입성 후 꺼내기 시작한 중도 타령은 그의 정치적 쇠락을 예고하는 서막이었다. 여기에 앞뒤 분간 못하는 소위 안빠들의 중도 타령이 겹치면서 야권 성향 지지층의 배척을 가속화했다.
맹목적 노빠들이 노무현 몰락을 부채질했다면, 그러한 모습의 안빠들 또한 안철수 퇴락의 쐐기 역할을 한 셈이다. 특정 정치인보다 정치적 가치를 우위에 두는 야권 성향 유권층에게는 그저 조소의 대상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그렇다고 문재인이 야권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만일 그렇게 여긴다면, 농담도 참으로 재수없는 경우에 속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참여정부 당시 권력의 핵심을 누비며 그가 자행했던 반개혁이고 또 반서민적인 행보에서 능히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확언하거니와, 친노 또한 대안이 아니란 뜻이다. 보다 혁신적이고 또 진취적인 인물군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친노 핵심 가운데 한 사람인 서갑원 후보가 새민련 안방인 호남에서조차 적잖은 표차로 낙선한 것을 되새겨야 한다.
이제 해법을 찾자. 진보당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집권 세력의 막가파식 종북 공세를 봉쇄해야 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획기적인 복지 대책, 특권 내려 놓기와 같은 안을 마련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한 희생적 결단과 실천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군을 지금 야권에서는 필요로 하고 있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