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선거의 결과와 관계없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공동대표들, 특히 안철수 대표를 퇴진시키려던 당내외 비토 세력들의 염원이 마침내 이루어지게 되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재보궐선거 패배는 이미 예견된 것이였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실질적으로 패배한 새누리당과 그 전통적 보수 지지층은 이번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결집의 움직임이 이미 여기저기에서 감지되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천과정에서 당내 일부 친노와 486세력들이 당 지도부를 뒤흔들어 판을 뒤집고, 이에 번복된 전략 공천으로 인해 일부 지역의 공천 희망자가 행패를 부리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선거기간 내내 당 지도부를 향해 비판을 가하며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그러한 이면에는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친노와 486이라는 배경이 있기도 했다. 결국 보궐선거의 핵심지역에서의 파열음은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다른 지역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해당 행위를 한 자들에 대한 책임은 없는 걸까?
7.30 재보궐선거의 투표일은 전국이 폭염에 휩쌓인 매우 무더운 날씨였다. 보수 지지층은 이미 6.4지방선거 이후 와신상담하며 결집을 시도중이였고 새누리당은 주도면밀하게 재보궐선거를 준비해왔다. 이준석을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세우며 이미지 관리에 들어갔고 지난 14일엔 전당대회를 통해 김무성 의원이 새 대표최고위원에 선출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과는 별개로 당은 차분하게 단합해나가는 안정적인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이미지 쇄신에 들어간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새누리당에 비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 김한길, 안철수 비토세력들의 연쇄적인 내부총질과 혼란을 거듭한 공천과정, 새정치에 걸맞지 않는 선거 프레임, 비록 당 지도부가 원치않았다 하더라도 식상한 정치공학적 야권연대 프레임의 늪에 빠지고 말았고 폭염의 날씨마져 투표율을 저하시켜 마지노선의 목표 의석수인 5석마져 붕괴되고 말았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애초에 야당으로서는 본전만 해도 잘 하는 선거였다. 선거의 불리한 환경도 그러하였거니와 새정치민주연합이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새누리당에 대적하는 야권 본연의 겸손한 자세와 미래지향적인 비젼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자중지란의 모습을 가지고서 어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까.
이번 선거의 결과가 비안철수 계파에서는 7석을 마지노선으로 상향조정한 이상 안철수 대표로서는 새누리당외에도 당내 계파들과도 겨뤄야하는 어려움에 봉착해 있었다. 친노친문성향의 각종 언론매체들의 다양하고도 집요한 안철수 죽이기 기획 기사들은 또 어떠했던가. 기사회생하여 7석을 차지했다 하더라도 이런 저런 이유를 갖다붙여서 조기전당대회를 요구해서 김한길. 안철수 공동 대표를 내려앉히려는 시나리오는 이미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었을 것이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선거에 임하면서 5석도 어렵다고 했던 말은 결코 엄살이 아니라 솔직한 심정 그대로가 아니였을까 싶다. 선거 유세기간동안에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 6.4 지방선거에서와 같이 이번에는 파란 운동화를 신고 전국 지역을 누볐으나 한 마디로 역부족이였다.
그마나 주목할만한 점은 이번에 낙선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들중에 친노 계열 후보자들은 큰 표차로 낙선했고 안철수 대표가 낙점했거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후보자들은 당선되거나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는 점이다. 이는 곧 대다수 국민들이 친노의 세력확장을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동안 안철수를 지지해온 지지층에서 통합신당 대표로서의 안철수를 심각하게 걱정해왔던 이유는 정치인 안철수의 정치적인 마인드에서 실망을 한 것보다 당내 구조가 안철수 당신이 정말 구 민주당 세력과 합친후에 당내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의 발로였다.
통합의 이유로 내세웠던 기초선거 무공천도 당내 반발로 인해 번복되고 6.4 지방선거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되려 패배라고 떠들어 댄 정신나간 당내 비토세력들, 그리고 이번 공천을 통해 치명적인 내상을 입고만 과정에서 그가 외쳐온 새 정치의 가치들이 계속 존립할 수 있을까 하는 깊은 우려와 뻔한 토사구팽의 시나리오속에서 그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하는 걱정들 때문이였다.
석연찮은 선거결과로 인해 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다시 친노 세력이 당의 중심세력으로 등극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을 것 같다. 이미 대다수 국민들은 친노세력의 민낯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고 그들이 더 이상 야권을 대표하고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미래세력으로서 심각한 하자가 있음을 깊히 인지하고 있다.
이번 7.30 재보궐선거의 결과가 국민들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새누리당에 힘을 실어주고 자중지란의 새정치민주연합과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책임을 지우는 형태를 갖추고는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속을 들여다보면 이는 곧 친노나 일부 486세력들의 구태의연한 행태와 도로민주당으로 회귀에 대한 따끔한 심판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도로민주당에 치를 떠는 중도세력의 급격한 이탈또한 선거패배의 주요 요인이라고도 하겠다.
그런 것 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거나 파악하지 못하는 일부 친노와 486세력들은 이미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잔칫집 분위기다. 이런 기쁨은 그들로서는 비오는 날의 횃불의 따뜻함과도 같은 짧은 행복이 될 것 같다. 도로민주당으로의 회귀는 곧 기득권을 버리고 정치개혁을 일구어내라는 시대적 염원과 역행하고 차기 대선 또한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희박함을 알리는 절망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등을 돌린 중도층을 어떻게 끌어 들이느냐가 관건인데 그 유일한 방법은 안철수 중심으로 개편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세력중심으로 당을 개혁하고 당의 외연을 확장시켜나갔어야 마땅하나 그것은 단지 희망 사항에 불과한 것이였나 보다. 그 동안 직함만 당의 대표이지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있게끔 당내에서 가만 내버려둔 적이 있었던가. 사사건건 물고 뜯는 내부 패악질을 반추해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백의종군한 안철수가 정치 입문이후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서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는 있는지, 당분간 지역구 관리를 하면서 또 다른 미래를 도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전혀 아는 바 없다. 다만 극한의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새로운 도전과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안철수 본연의 정체성을 찾아서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만이 해답과 가까워 지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 7.30 재보궐선거는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에 대한 재신임의 문제가 핵심이 아니라 제1야당의 완벽한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따끔한 민심의 목소리가 핵심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이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거듭나기를 거부하는 일부 친노와 486세력의 뼈저린 자기반성과 퇴진없이는 결코 야권의 개혁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미래세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 선거였다.
<이지혁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