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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분노로 가득 찬 카톡이 날아왔습니다.
"새누리가 잘해서 진 게 아니라 새정치가 잘못해서 말아먹은 게임이여!"
어차피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더 확실하게 깨져 줬더군요. 사실 이번 재보선에서 제일 안타까운 건 노회찬 후보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거의 모든 후보들에게 기대하지 않았었으니까요.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다시 원내로 입성했더군요. 그것도 민주당의 안방에서. 11대 4 라. 이건 선거를 한 게 아닙니다. 하긴 처음 공천파동 낼 때부터 글렀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철수 - 김한길의 공동사퇴, 당연한 일입니다. 이게 왜 지금 이뤄져야 하는가, 진작에 이뤄졌더라면 이러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이번 선거는 여권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야당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일단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끌고 오지 못한 것은 그만한 흡인력이 없었다는 것이고, 그래서 지금 나타난 결과의 모든 폐해는 전국민이 나눠 져야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 진작에 이리 될 것을 모두가 우려했던 바이고, 그 중심에 김한길-안철수가 있었습니다.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결과에 대해 말 그대로 '겸허하게' 수용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망신을 당하진 않았을 터입니다. 어쨌든 두 사람의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그나마 야당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을 달래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들이 보여줬던 아마추어리즘으로 인해 발생한 가장 큰 폐해들의 원인은 멀리 보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면, 그 아마추어리즘의 정치인들을 이제 확실하게 청소할 이유가 확실해졌다는 것이겠지요. 안타까운 건 권은희 후보입니다. 어떻게 결정을 내리고 받아들여 새정치 국민연합의 후보로 이 정치판에 뛰어들었는데, 들어오자마자 자기 자신에게 직접 책임이 없는 선거 패배에 대한 온갖 비난과 욕부터 들어야 할 걸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블로그 이웃님 한 분이 오래전부터 정확하게 지적해 오시길, 사단장은 고사하고 대대를 지휘할 능력도 되지 않는 깜냥의 김한길 - 안철수가 '군 통수권'을 쥐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야당 불신으로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국민이 야당을 가장 신뢰하지 못한 것은 사실 그 정치적인 고비마다 보여줬던 헛발질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월호 국면에서 보여준 국민 정서에 대한 몰이해에 있었다고 봅니다. 차제에 새정치연합은 과거 DJ시절의 선명야당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도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국민대중의 정치 불신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겁니다. "정치를 하는 것들은 다 똑같다"는 욕을 먹도록 만든 야당, 역사에 죄를 지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지금부터 분골쇄신한다는 마음으로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영영 희망없는 나라가 될 겁니다. 벌써 다음 총선, 그리고 대선... 제대로 된 투쟁과 선명성이 없이 나간다면 야당은 역사에 죄를 한 번 더 짓는 겁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