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인 30일 오후 4시 기준 투표율이 26.0%로 공식 집계됐다. 이는 사전투표 또는 거소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표와 합산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실시된 투표에서 오후 4시 현재 전국 선거인 288만455명 가운데 26.0%인 74만9078명이 투표를 마쳤다.
투표율 26.0%는 같은 시간대 기준 지난해 상반기 재보선(32.9%)과 지난해 하반기(26.3%) 투표율 보다 낮은 것이다.
전체 평균 투표율이 지난해보다 낮다는 것은 사실상 국민이 정치권에 등을 돌렸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치권이 유권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선거 결과에 따라 각 언론이 또 다른 해석들을 일제히 내놓겠지만, 투표율로 이미 여야 모두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이번 재보선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상당히 유리한 환경에서 출발했다.
실제 선거 초반엔 세월호 참사에 이은 인사파동 등으로 인해 야당의 압승을 예견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러다 참패당하는 것 아니냐며 긴 한숨이 터져 나오기도 했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새정치연합이 서울 동작을과 광주 광산을의 공천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 양상을 드러내는 등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그로 인해 야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불만 여론에 제대로 불 한번 댕겨보지도 못한 채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당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과 충청권 등 이른바 ‘중립지대’에서 새누리당이 대승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새정치연합은 비상이 걸렸다.
그러자 이번엔 새누리당이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나경원 전 의원 등 이른바 ‘MB맨 공천’이라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새누리당의 ‘MB맨 공천’은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에 ‘MB 정부의 부활저지’라는 후보단일화의 빌미를 제공해준 셈이 되었고, 그로 인해 판세는 다시 여야 백중세로 돌아섰다.
이런 현상이 이날 오후 4시 현재 26.0%의 낮은 투표율로 나타난 것이다.
각 지역별로 나타난 투표율 역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선거구별로는 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 순천·곡성으로 41.1%%를 기록 중이다. 이미 40%대를 돌파,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광주 광산을의 16.3%보다도 두 배하고도 약 10%가량이나 더 높은 수치다.
또 최대 관심지역인 서울 동작을 역시 37.7%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서울 지역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그것도 10% 이상이 높게 나온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앞서 지난 25~26일 이틀간 실시된 사전선거 투표율을 역시, 이들 지역의 투표율이 매우 높았다.
사전투표가 가장 높았던 곳은 순천·곡성이다. 순천·곡성에서 사전투표율은 13.23%였고, 특히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의 고향인 곡성에서는 무려 18.91%가 이미 투표를 끝마쳤다. 전국 15개 지역구 평균인 7.98%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그 뒤를 이어 서울 동작을이 2위에 올랐다.
전남 순천 곡성과 서울 동작을에서 이처럼 높은 투표율이 나타난 것은 이들 지역에서 기존의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는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즉 전남 순천 곡성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당선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섰을 것이며, 서울 동작을에서는 정의당 노회찬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투표로 자신들의 의지를 보였을 것이란 뜻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의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여야 지도부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해야만 한다.
특히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광주 광산을 선거에 유권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회초리’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되돌아 봐야 한다.
여야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투표율에 나타난 민심을 바로 읽지 못한 채, 단지 선거 결과만 놓고 ‘대승’이니 ‘선방’이니 하며 자위할 경우, 그 정당은 미래를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새롭게 출발하지 않는 정당은 불과 20개월 후에 있을 총선에서 결코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