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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완전히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았을, 지금 여당의 독주를 막지 못하는 무능한 야당이 완전 밟힐 것으로 예상됐던 보궐선거가 그나마 어떤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안타깝게도 '세월호' 때문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드러난 국가의 위기 관리 능력의 부재, 이것이 그나마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공분을 자아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나마 차려 준 밥상마저도 제대로 못 받아 먹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지금 모습이긴 합니다만.
7.30 재보선, 그 날이 다가왔군요. 이런 상황에서도 여당의 과반을 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 바라보는 사람을 갑갑하게 합니다만 그래도 이를 통해서 야당의 체질이 개선될 수 있다면 그것은 아주 작은 희망 하나는 되겠지요. 아무튼 결과를 눈여겨 지켜보렵니다.
최근 밝혀졌으나 조중동과 MBC에서 다루지 않았던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세월호에서 발견돼 복원된 승무원들의 업무용 노트북 컴퓨터 안에서 '국정원 지시 사항'이라는 파일이 발견됐고, 내용을 뜯어보면 국정원에서 매우 세세한 사항들까지도 지시했던 것으로 나옵니다. 그것은 마치 세월호의 관리 감독 책임 뿐 아니라 '소유권'마저도 유병언이 아닌 국정원이 쥐고 있었다는 추정까지도 가능케 하는데, 이 팩트를 이번 사건 동안에 일어난 일들에 대입해 보면서 제 머리엔 또 하나의 배 이름이 스쳐갔습니다.
만경봉호.
이번 인천 아시안 게임에 북측 응원단과 선수들을 싣고 들어올 배입니다. 그러나 이 만경봉호라는 이름이 알려진 것은 북한의 이른바 '재일동포 북송사업'을 통해서였을 겁니다. 북한의 이 '사업'은 동포들의 일본인 처와 그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에겐 매우 비인간적인 일이나 다름없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그 배는 당연히 북한 정부, 그것도 북한의 정보 관련 부서에서 관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고, 실제로 그러할 것이라고 봅니다.
만일 유가족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맞다면, 세월호는 국정원의 만경봉호였던 셈입니다. 민간 회사가 운영하는 겉모습을 띠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국정원의 비밀 운영자금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일수도 있고, 정보기관의 속성상 몰래 세탁해야 할 자금들을 이 회사를 통해 세탁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유병언과는 모종의 밀약이 오간 것일수도 있고... 이걸 가설로 정하면, 왜 세월호가 무리한 증축을 했어도 그것이 쉽게 허가가 났는지, 왜 그 선원들이 쓰던 노트북에선 국정원 지시사항이란 파일이 떴는지, 왜 세월호는 국정원 보고를 직접 하는 특별한 배였는지, 그리고 해경은 왜 처음에 선원들만 구하고, 의문의 인물을 먼저 구했는지 하는 가설들이 모두 설명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단원고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자꾸 반복해서 내렸는가까지도 설명됩니다. 바로 그 '의문의 인물'을 비롯한, '국정원의 직접 명령을 받았을' 직원들을 먼저 구해 입막음을 하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지요. 나아가 왜 김기춘은 놔 두고, 남재준은 전격 경질했는지까지가 그림처럼 그려지는 듯 합니다. 국정원이 받고 있는 이런 일련의 의심들에 대해 대통령이 과연 책임이 없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문회의 상황, 그리고 수사권을 요구할 정도로 절박한 유족들. 이 사건은 제대로 된 수사가 붙는다면 엄청난 일들이 줄줄 튀어나올 준비가 돼 있는 사건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수사권은 바로 그들의 목을 옥죌 올가미가 됐겠지요.
이런 일련의 추측들을 하면서도 몸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분노로... 아이들이 갑자기 한 쪽으로 구조를 위해 몰려나온다면 저들로서는 감당하지 못했을 일이고, '의문의 인물'을 구해내지도 못한다는 판단이 섰겠지요. 그리고 그 몇몇을 구해 내느라, 3백명이 넘는 승객들은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어 가는데도 배 안에 갇혀 있었던 것이고.
물론, 이건 지금까지 나온 팩트들을 기반으로 한 '추측'일 뿐입니다. 그러나 정말 이러지 않았을까, 하면서 주먹을 꾹 쥐고 부르르 떨고 있는 것이 저 뿐일까요. 이런 일을 만든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앉아 있는데도, 그냥 이렇게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요. 최소한 투표장에 가서 무책임 정권을 살려 주려 갈 표를 막고 이미 그렇게 간 표를 희석이라도 해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많이 화나고, 참 안타깝습니다. 정말 이게 뭔지...
투표들 많이 해 주세요. 사표 만들지 않으셨으면 하구요.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