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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벌써 성년이 지났음에도 권한도 돈도 없는 반쪽짜리 지방자치의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해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임시회장 자격으로 중앙과 지방의 상생발전을 위한 현안과제를 제안하면서 전제한 발언이다.
실제 지방자치제도가 시행 20년을 넘겼으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재정분배의 심각한 불균형으로 인해 지방자치가 아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지방분권과 개혁을 외쳤지만 정작 재정이양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는 감세정책의 추진으로 지방재정이 초토화되고 말았다.
그 후유증이 박근혜정부 들어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29일 서울시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자치구 평균 재정자립도는 33.6%로 전년 41.8%보다 8.2% 낮아졌다.
역대 최저 기록이다. 이는 10년전인 2004년 50.3% 대비 16.7% 낮아진 것이며, 제1회 지방선거가 열렸던 1995년 64.2%와 비교해서는 무려 30.6%나 줄어든 것이다.
25개 자치구 가운데는 재정자립도가 1/4(25%)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치구도 수두룩하다.
실제 강북구(20.4), 도봉구(21.2), 은평구(22.1), 중랑구(23.0), 성북구(23.9) 등이 20%대 초반에 머물렀다. 심지어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노원구(17.2%)는 10%대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에 비해 성동, 마포, 용산구 등의 재정자립도가 10%이상 하락한 반면 증가한 자치구는 단 한곳도 없다는 것이 그 징후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 자치구의 실정이 이렇다면 다른 지방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지방재정으로는 소속 공무원들의 월급조차 챙겨주기 어려운 지자체가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방자치단체는 사실상 중앙정부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지자체별로 일부 단체장의 무분별한 사업추진과 방만한 경영 등이 문제를 촉발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 지방재정구조의 불균형에 있다.
실제 현재 지방세의 경우 부동산 과세가 42%를 차지하고 있어 세입기반이 불안정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방세 구조가 재산과세 중심이다 보니 세수 탄력성이 낮아 2009~2011년간 국세가 연평균 7.1% 증가했지만, 지방세는 같은 기간 겨우 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방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는 이같은 세입구조가 반드시 개선돼야만 한다.
특히 조세수입 중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다.
지방자치 20년이 넘도록 총 조세수입 중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1년 20.9%, 2001년 21.8%, 2010 21.7%, 2011년 21.4% 등으로 20% 수준을 오르내리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자치행정권은 물론 재정권을 부여해야 한다.
최근 민선 6기 전국 시·도지사 17명이 지방자치 정상화를 위한 지방분권과제를 제시하고 지방재정 확충 등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 시·도지사들은 지난 27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지방정부의 세입·세출 불균형 해소를 위한 지방재정 확충을 주장했다.
시·도지사들은 “지방 자치 근간이 되는 지방재정 여건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며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2 수준이지만 세출비율은 4:6 수준으로 세입과 세출 구조의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상태로 중앙정부에 대한 지방정부의 재정 예속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 11%인 지방소비세율을 2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현재 23%인 지방세의 비과세 감면 비율을 국세 수준까지 하향 조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19.24%인 지방교부세 법정률에 대해서도 21%까지 상향 조정해 지방정부 세수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정부와 광역지방정부간의 재정불균형 해소를 위해 중앙정부는 이들 시도지사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