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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세월호! 그 원한의 세월호에 대해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우리가 남이가? 그래 남이 아니었지요. 끝없이 이어질 줄 알았던 술래잡기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을 당신은 몰랐을 겁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결국 황천객(黃泉客)이 되어 이 난장판의 한 복판에 영혼의 그림자로 버티고 서서 바라보는 장난 같은 세상살이가 어린애 소꿉놀이 같지 않나요. 당신이 그리도 외쳐 불러온 하느님의 어설픈 장난은 아닌지요. 당신을 체포하겠노라고 기세등등하던 검찰은 남이 아니었을 텐데 어이해 모른 척 남이 되어 당신의 영혼을 추적하며 헛발질에 재미를 붙여 날뛰던 모습이 어떻게 보였습니까?
이제라도 말 하세요. 남이 아니면서 왜 당신의 영혼까지 추적하고 날뛰었는지 당신은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 많은 고급 골프채를 들고 그린을 누비는 그들을 당신은 지켜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누구라고 아직도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입니까? 당신은 왕따 당한 외로운 영혼이 아닙니까? 그런데도 말할 수 없음은 결국 뭔가 또 하나의 비밀 때문이 아닙니까? 이제는 당신의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아니 말할 수 없겠지만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습니다.
결국은 그리도 지키고 싶었을 당신의 자존심마저도 짓밟아 버린 높으나 높은 나으리들은 순간의 권세를 유지해 가고 있지만 끝내는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흩어질 것입니다. 매섭게 지켜보는 당신의 한(恨)서린 눈매로 사라져 가는 그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남이가란 말을, 되 뇌이며 처참스럽게 당신을 따를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말하세요. 어차피 내 돈 아니니 마음껏 써대며, 호화롭게 떠받들며, 형님! 아우님! 할 때는 우리가 남이가였지요? 하지만 지금 당신은 외로운 영혼으로 구천을 떠돌고 있지 않습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진실을 말하세요. 돈다발 받아들고, 회장님 은혜 잊지 않겠다며 아양을 떨던 그 사람을 말하여 주세요. 지금 당신은 혹여 그 사람의 난도질에 영혼이 되어 처참했던 그 순간을 숨기려 입 다물고 있지는 않습니까? 두려울 게 없을 텐데, 그 어떤 사연 때문에 옥황상제(玉皇上帝)문전에 이르러서도 말 하지 못하는지.... 의리는 머언 나라 외출해 버린 순간임에도 지켜야 하는 그 무엇이 있는가? 당신은 당신의 육신이 백골이 되어 차디찬 냉동실에 유리되어 있음을 보고 있지 않습니까. 돈 다발 받아들고 아부와 아첨을 떨며 회장님 잘 모시겠다던 그들이 누구인가를 밝히세요.
또 하나 이 사람, 저 사람 이름을 빌어 숨기고 감추어 놓은 그 많은 재산은 어이 하려는지? 그리도 많은 재산을 두고 땡전 한 닢 아니가지고 그리도 멀고먼 저승길을 떠났는가? 가다가 배고프면 자장면이라도 한 그릇 사 먹어야 할 것인데....
악착스럽게도 아끼고 아껴서 모아온 재산 그 누가 찾을 것인가. 마지막으로 말하고 가세요. 억울하게 숨져간 어린 영혼들을 위해서라도 당신이 밝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당신의 마지막 길을 밝혀줄 남은 자들을 위해서라도 그리도 악착스럽게 긁어모은 차명 재산 밝히고 떠나시오. 그리하고 떠나야 당신이 가는 길에 천상의 영혼들이 영접이라도 나와 주지 않겠습니까?
거짓이었든 진실이었든 당신의 한 평생 그리도 떠받들고 믿어왔던 하느님의 은총을 받기 위해서라도 당신은 진실을 밝히고 가야 합니다. 높으신 고관대작들에게 건 넨, 돈다발의 부피를 말하고 작위를 밝히는 길만이 지금까지의 죄악을 사함 받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이 땅에서 살아가는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믿는 자로서의 책무이기도 할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주위를 감싸고 있을 어린 영혼들의 한 맺힌 아우성 소리를 당신은 듣고 있을 겁니다. 그들을 위해 단 한마디라도 진실을 말하세요.
지금까지 쌓아온 그 명예 그 업적 그대로 인정받고 싶다면, 육체를 떠난 지금 이 시점에서라도 당신의 비밀들을 밝히세요. 그 길만이 모두가 가슴 찢기는 아픔을 털고 새로운 시절의 기초를 다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저분한 속세의 부정과 부패를, 은닉한 채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앞에 나아가 하느님 당신을 위한 찬양탑을 쌓았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억겁의 세월이 지나도 진실을 말하지 않고 당신의 가슴속에 묻어둔다면 이 땅의 민중들은 당신의 허영(虛榮)과 허욕(虛慾)을 비판하고 욕할 것입니다.
당신의 돈다발을 받아쓴 공공 인물들의 명부를.... 당신에게 건네받은 화려한 골프채를 들고 자랑스레 그린을 누비는 썩어 문드러진 사람들의 명단을.... 당신을 위대한 윗자리 높으신 분인 양 우러르며 발아래 깔아뭉갠 그 더러운 사람들의 이름을.... 밝히고 떠나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의 가슴속 마지막으로 “세상을 잘못 살았노라” 는, 반성의 한마디도 남기고 떠나가세요. 제발 꼭 남기고 떠나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