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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은 7.30 재보궐선거를 앞둔 25일, 서울 동작을(乙)과 경기 수원정(丁, 영통)에서 전날 극적으로 후보단일화가 이루진 것에 대해 ‘MB 정부 부활저지’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고 보니 공교롭게도 막판 후보단일화가 이뤄진 동작을과 수원정은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MB 벨트’로 엮어 집중 공세를 펼쳤던 지역이다.
실제 야당은 동작을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를 ‘MB 대변인’, 수원정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를 ‘MB 비서실장’으로 규정하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 낸 바 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4일 동작을에선 새정치연합 후보로 나섰던 기동민 전 서울시정부시장이, 수원병에선 정의당 후보로 출마했던 천호선 대표가 전격적으로 후보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동작을은 ‘MB 대변인’이라는 나경원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수원정은 ‘MB 비서실장’이라는 임태희 후보와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가 사실상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런 면에서 이번 후보단일화는 ‘나눠먹기’, ‘정치적 뒷거래’ 혹은 ‘야합’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을 여지가 다분하다.
새누리당이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맹비난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충남 서산시 대산지방해양항만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동작구 야권 단일화는 정도에 맞지 않고 당의 지지자와 국민을 우롱하는 전형적인 구태정치"라며 "정당이 선거를 포기하는 것은 스스로 정당임을 포기하는 것과 같고 그 정당의 미래 역시 없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을동 최고위원도 “정치공작적 야합”이라며 "국민을 우롱하고 유권자의 권리를 짓밟는 정치공작적 계산에 따른 숨은 뒷거래이자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 비난했다.
윤상현 사무총장 역시 "한 마디로 양당 지도부의 꼼수각본에 의한 한 편의 막장드라마"라며 "짜고 친 고스톱은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정작 25일 현재 인터넷상에 나타난 여론을 살펴보면, 그런 비판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무래도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후보단일화 명분으로 ‘MB 정부 부활 저지’를 내세운 탓인 것 같다.
실제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수원정 박광온 후보 유세에 참석해 "이번 선거에서 MB정부의 부활을 막아야 한다"고 읍소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도 전날 후보단일화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명박 정권의 핵심인사인 (나경원 임태희) 두 후보의 당선을 결코 용납할 수 없기에 결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후보단일화는)MB 정부 핵심 측근들의 부활을 막아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어 달라”고 밝혔다.
그는 “전국 15개 선거 지역 중 새누리당 나경원(동작을) 후보와 임태희(수원정) 후보는 MB 정부 인물이고 특히 임 후보는 MB 정권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무거운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라며 “이 두 사람의 부활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우선 고려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마디로 ‘MB맨’들의 부활을 저지하기 위해 야권 후보단일화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매우 황당한 주장처럼 들리지만, 묘하게도 야권의 이런 주장이 유권자들에게는 제법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 같다.
실제 야당이 이들 지역에서 ‘MB맨 때리기’에 나섬에 따라 현(現) 정권심판론이 아니라 전(前) 정권심판론이 이슈로 떠오르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동작을 선거를 ‘이명박의 BBK를 옹호한 나경원 후보와의 대결’로, 수원정 선거를 ‘4대강을 망친 이명박 비서실장과의 대결’로 각각 규정한 바 있다.
그러다보니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도 ‘야권 후보단일화’를 큰 거부감 없이 수용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야당이 50%대에 육박하는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선거전을 펼쳤다면, 후보단일화 역풍이 상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임기말 국정지지도가 20%대에 불과할 만큼 인기가 없었던 MB를 공격하는 형식으로 ‘MB맨 때리기’에 나섰기 때문에 급작스런 야권연대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후유증 없이 선거를 치르게 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새누리당의 ‘MB맨 공천’이 야권에 ‘후보단일화’의 빌미를 제공해 준 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