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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포착된 구원파 총수 유병언의 마지막 행적이 5월 25일이다. 이후 변사체로 발견된 시점이 6월 12일이다. 만일 5월 25일을 유병언이 사망한 시점이라고 가정한다면, 이는 불과 18일만에 사체가 거반 백골에 이르도록 부패했다는 웃지 못할 발표가 된다.
도대체 그럴 수 있는 일인가? 특히 겨울 점퍼 겉감이 18일만에 썩을 수 있나? 그래서 그 안에 담긴 방한을 위해 채워 넣은 내용물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더욱이 그러한 사체에서 지문까지 채취해, 유병언의 지문과 일치한다는 사정당국의 발표는 그야말로 국민을 우롱하고도 남는 처사다.
문제는 또 있다. 사체 주변에는 풀이 무성히 자랐으나, 사체 밑에는 새로 돋은 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된 건초만 사체에 의해 눌려 있을 뿐이다. 이는 풀이 돋기 시작하는 3월 그 이전부터 시신이 거기 있었다는 분명한 증거가 된다.
국민 일반의 지적 수준이 청와대와 국정원, 그리고 검찰과 경찰 상투 꼭대기에 있다는 것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러니 국가 운영인들 어찌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기대 자체가 공염불에 불과하다.
풋내 펄펄나는 어줍잖은 연출로 대국민 기만극을 관철시키겠다는 박근혜 정권의 얄팍한 수준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국가 경영에 있어서 최대 무기가 진실에 있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대선 부정선거 조작, 이석기 내란음모 조작,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조작에 이어 이젠 유병언 사망 조작극인가? 국민적 불신만 차곡차곡 더욱 크게 쌓여 갈 따름이다. 거기 권력 끝자락의 암울한 기운도 대동하고서 말이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