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7•30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는 두말할 것도 없이 서울 동작을이다. 동작을에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던 새누리당의 나경원 후보를 필두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전략공천을 받은 기동민 후보, 문제의 핵심을 꽤뚫는 촌철살인의 비유가 돋보이는 백전노장 진보정의당의 노회찬 후보, 동작을에만 세번째 도전하는 숨은 지역일꾼 노동당의 김종철 후보, 그리고 통합진보당의 유선희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야권에게는 절망적으로 들리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양상을 종합해보면 새누리당의 나경원 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진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나경원 후보가 여타 복수후보들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 파동, 재보선의 낮은 투표율,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야권연대 등 판세를 뒤집을 만한 돌파구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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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선거판세가 이렇게 힘들게 된 결정적 원인은 당내 공천갈등을 무마시키기 위한 명목으로 전략공천을 감행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독단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이와 같은 원칙없는 전략공천은 필연적으로 당내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실망과 무관심을 이끌어낼 수 밖에는 없다.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가장 중요하게 신경써야 할 부분은 제품 홍보와 마케팅이다. 그러나 야권은 바로 이부분에서 실기를 범했다. 야권은 상처와 흠집이 나 있는 상태에서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
재보선의 낮은 투표율도 야권으로선 부담스럽기만 하다. 30%대 초중반의 낮은 재보선 투표율은 여권에게는 아무 부담없는 꽃놀이패에 다름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이번 재보선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다. 6•4 지방선거의 결과가 이를 가늠케 한다. 이래저래 야권으로서는 매우 불리한 국면인 것이다.
그렇다고 야권연대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야권연대의 두 축인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이 서로 눈치만 보며 상대방이 먼저 포기하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인 야권연대가 지리멸렬하게 끝날 경우, 선거는 해보나 마나한 원사이드 게임이 될 수 밖에는 없다. 야권으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였을까. 정의당의 노회찬 후보자가 돌파구 마련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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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의 노회찬 후보자는 어제(22일) 새정치민주연합의 기동민 후보에게 야권연대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특히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사전투표 전날인 24일까지 후보단일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후보직을 사퇴하고 기동민 후보를 지지할 것임을 밝혔다. 출구가 보이지 않던 야권에게 한줄기 서광이 비치는 듯한 이 대범한 제안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매우 흥미롭다.
노회찬 후보자의 파격적인 제안은 몇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만 하다. 첫째 야권으로서는 야권연대의 파국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언급한 바와 같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파동과 낮은 투표율 그리고 야권연대의 불협화음은 선거필패로 가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이 수순에 변화를 줌으로써 선거막판 표심을 결집시키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노회찬 후보자는 야권연대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 마저 염두해 둔 최강의 패를 꺼내들었다. 그동안 야권연대의 무산은 곧 각자도생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이와 같은 후보난립은 야권표의 분산을 야기시켜 선거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그러나 야권연대의 결과와 상관없이 기동민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못을 박음으로써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가막힌 묘수를 꺼내 들었다.
셋째 노회찬 후보자의 결단은 상대적으로 열세인 다른 선거지역에도 긍정적인 낙수효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기동민•권은희 전략공천은 득보다 실이 많은 무모한 선택이었다. 이슈를 선점해야 할 선거국면에서 공천 논란과 잡음으로 당내 갈등은 물론이고 유권자의 실망만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정책대결보다 인물과 이미지대결로 치루어질 수 밖에 없는 재보선의 특성상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나 다름 없었다. 이를 반영하듯 야권은 호남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상대적 열세에 놓이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연대마저 결렬된다면 선거는 사실상 볼 것도 없다. 그러나 노회찬 후보자의 결단으로 지지부진한 타지역의 야권연대도 탄력을 받을 수 있고 동시에 유권자에게도 신선한 감흥을 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노회찬 후보자의 결단은 후보자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2011년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노회찬 후보자에게 이번 선거의 완주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는 없다. 그는 사전에 이를 봉쇄함으로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해 두는 영민함을 보여주었다. 언제나 그렇듯 경험은 사람을 성장케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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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노회찬 후보자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지는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단일화 제안의 시점이 이미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진 판세를 만회하기에는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야권후보 단일화가 선거승리의 절대조건이 될 수 없는 이상 그의 파격적 제안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노회찬 후보자의 결단을 희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모두가 알고 있는대로 이대로라면 동작을은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깃발을 꼽을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야권으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이야 한다.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시점이다. 노회찬 후보자의 용단은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나왔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혹시 알겠나. 썩은 지푸라기인줄 알고 잡았더니 알고 보니 굵은 동아줄일 줄을.
볼 것도 없이 이대로 끝날 것만 같았던 선거판에 작은 파동이 인다, 작은 파동이. 노회찬이 만들어낸 작은 파동이.
(출처:바람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