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의 6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끝내 무산되었다. 단식투쟁까지 벌이며 여야 정치권의 특별법 처리를 애타게 호소했던 유족들의 간절한 염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같은 결과는 '수사권 절대 불가'를 천명한 새누리당의 입장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였다. '수사권'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왜 특별법 처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지는 관련글을 통해 자세한 내막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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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 '세월호 특별법'의 회기내 처리를 무산케 만든 핵심쟁점은 조사위에 대한 '수사권'의 부여 여부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는 물론이고 '세월호 특별법'마저 무력화시키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실로 따로 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명징한 사례가 어제 언론에 공개됐다.
심재철 새누리당 위원장은 현재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의 특위위원장이다. 그런데 그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카톡문자를 지인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재철 위원장에게서 나타나는 정치적 편향성은 세월호 국정조사가 그동안 표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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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위원장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학교 수학여행을 가다가 개인회사의 잘못으로 희생된 사건을 특별법으로 만들어 보상해 달라는 것은 이치에도 어긋나는 것이라 본다"며
"6•25 전쟁에서 국가를 지킨 참전용사들도 힘겨운 여생을 말없이 살다가는데 특별법이란 말도 안된다고 본다"고 특별법의 제정에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물론 심재철 위원장은 저 문자를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해당내용을 지인들에게 복사해 전송했을 뿐이라는 그의 해명에선 마치 지난 대선에서 정치댓글은 대북 심리전의 일환일 뿐이라던 국정원의 불법선거개입의 향기마저 난다. 해당문자의 작성자가 그인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해당내용을 지인들에게 전송하게 된 동기와 배경 및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특위위원장으로서의 그의 인식이다.
심재철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를 개인회사의 잘못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세월호 참사가 인재이며, 관재라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일이다. 개인회사의 잘못에 수백만의 국민들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성토하고 우리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문제삼으며 이처럼 분노하지는 않는다. 교묘히 세월호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국회의원이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위원회의 위원장이라면 국정조사가 어디로 향할지 가늠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는 세월호 희생자들과 6•25 참전용사들의 형평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우리는 6•25 참전용사들은 물론이고 일제치하의 독립투사들과 그 자녀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저들은 대부분 힘겹게 말없이 여생을 살다가 세상을 등졌다. 국가유공자들이 이토록 힘들게 세상을 살다가 가도록 국가가 방치했다면 입법을 책임지는 국회의원으로서 참담함과 부끄러움을 느껴야 정상이다. 그러나 그는 참담함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대신 영악하게도 저들의 희생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유족들의 특별법 요구를 금전적 보상과 연계시키려는 부분에서는 인간에 대한 환멸과 역겨움마저 불러일으킨다. 세상 그 어디에도 자식들의 죽음을 돈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부모는 없다. 자고로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했다. 심재철 위원장의 저열한 행태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말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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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이 특별법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에 있다.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참사의 원인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다시는 이 땅에 이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발지대책을 강구하자는 것이 특별법 제정의 이유이자 목적이다. 유족들과 국민들은 국정조사를 통해서도 진상규명이 난망해지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었다.
심재철 위원장의 언사가 세월호 유족들의 순수성을 폄하시키면서 동시에 국정조사와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면 인륜마저 짓밟는 이와 같은 행태야말로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되는 정치인의 구습이자 구태며, 반드시 척결해야 할 적폐다. 심재철 위원장의 언사는 유족들에 대한 모욕이면서 동시에 자식을 둔 부모들에 대한 모욕이다. 이 땅의 부모들이라면 반드시 이를 기억하고 새겨둘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이미 반환점을 돌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인 이번 국정조사의 실효성에 심각한 의문을 품고 있는 실정이다. 언급한대로 국정조사 특위위원장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그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청와대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는 새누리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보다 더 우선순위를 두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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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세력에 의해 대표적인 '종북좌파' 연예인으로 낙인찍힌 경북출신의 방송인 김제동씨는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천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이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심재철 위원장과 김제동 두 사람 중 누가 더 보편적 상식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답은 자명해 보인다. 필자는 우리나라에, 특히 대한민국 국회에 김제동씨와 같은 보편적 상식을 갖춘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그곳에 보편적 상식이 많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