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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있던 중에, 전화기를 통해 세월호 선주였던 세모그룹 회장 유병언 씨의 '사체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갑자기 떴습니다. 속보 형식으로 들어온 뉴스를 읽다 보니, 이 시신은 이미 지난달에 발견됐고 숨진 지도 20일 넘은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국과수의 판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지만, 이 시신이 유병언씨의 시신일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모든 경우를 상정해봐도 의혹투성이일수밖에 없다는 뉴스들도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처음 이 뉴스를 접하자마자 생각난 단어는 '살인멸구 殺人滅口' 였습니다. 무협지에서나 나올 이 단어가 갑자기 떠오른 것이야, 우리가 워낙 이런 의혹들을 불러일으킬만한 일들을 직간접적으로 겪어 왔기 때문이겠지요. 시사인에서 예전에 제기됐던 '박근혜 5촌 조카 사건'이 갑자기 겹치는 것이 저만의 생각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이미 유병언은 해외로 도피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었습니다.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사건, 그가 중국에서 사망해 장례식을 치르는 비디오까지 떠돌았으나 그가 살아있다는 의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런 것들이 권력의 비호, 최소한 경찰의 비호 아래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도 떠돌고 있는데, 무슨 의심인들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유병언의 거취가 빠르면 지방 선거 직전에, 늦으면 재보선 직전에 밝혀질 것이고, 그것이 검거의 형식이든 자진출두의 형식이든의 방법으로 이뤄져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SNS 상에서는 꽤 떠돌았던 것들입니다. 그런데, '신원을 '아직은 알 수 없는' 형태의 시신' 으로 발견되(었다고 주장?)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긴 합니다. 이같은 의혹을 더 뒷받침해주는 것은 시신의 원래 발견 시점입니다. 이미 이 시체는 지난달 12일에 발견됐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경찰은 시신을 발견하고도 이 정보를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는 것인지, 아니면 검찰은 이미 이를 파악하고 있었다가 '시기를 조율'해서 발표했다는 것인지, 이런 의혹들이 끊이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월호 사건은 그 사건 자체로서 이미 이 정권이 위기관리 능력이란 것이 전혀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이고, 그것이 이 사건의 본질입니다. 갑자기 떠오른 유병언(일 지도 모르는) 의 시신 발견이 사건의 본질인 양 호도되면서 선거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세간의 의심을 충분히 사고도 남을 일이 아닐까 짚고 넘어가고 싶네요.
정치가 깨끗하지 못하면, 이렇게 모든 일이 특정한 공작의 결과처럼 보이는 이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깨끗하지 못한 정치는 늘 감출 것이 많고, 당시엔 '의혹'으로만 돌던 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 진실로 밝혀진 걸 우리는 어디 한두번 봐 왔습니까. 그저 투표 잘 해서 깨끗한 정치권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선일텐데, 문제는 그 투표와 개표 및 집계 과정마저도 의심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어서 갑갑함을 더할 뿐입니다.
이 와중에 어버이 연합 소속 보수 성향 노인들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단식 현장을 덮쳐 아수라장을 만들었다는 뉴스가 들립니다. 그들이 '어버이'라는 이름을 단체 앞에 붙일 수 있는건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가주의의에 절어버린 나이드신 분들의 행동을 보면서, 저 광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유병언이라고 추정하고 있는 이 시신은 정말 유병언인가, 혹은 정말 유병언이라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가, 왜 하필이면 총선 일주일을 조금 남겨 놓고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건가, 꼬리에 꼬리를 계속 무는 의문을 곱씹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