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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병(팔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전략공천 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제2의 분당대첩’을 만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우선 그가 출마한 지역은 전통적인 여당 텃밭이다.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와 남지사의 부친인 고(故) 남평우 의원이 무려 22년간 지켜온 지역이다.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만큼 긴 시간이다. 어쩌면 그 오랜 시간동안 야당은 그 지역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꿈조차 꾸지 못했을 것이다.
바로 그런 지역에 손 후보가 ‘선당후사’ 정신으로 출마사표를 던졌으니, 제 아무리 막강한 ‘대선 후보급’이라 할지라도 새정치연합 간판을 달고 승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의 잘못된 공천으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말았다.
실제 새정치연합이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광주 광산을(乙)에 전략공천한 이후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전국적으로 7월 첫째주(1~3일) 조사에선 31%였지만 일주일 뒤인 둘째주(8~10일) 조사에선 28%로 하락했다.
특히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권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63%에서 53%로 10%p나 하락했다.
전통적으로 야당의 강세 지역이던 서울에서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35%에서 30%로 하락했으며, 중립지대로 꼽히는 충청권에서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37%에서 30%로 크게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손 후보가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를 이기는 것은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상식적으로 이런 열악한 상황이라면 그 누가 새정치연합 후보로 출마하더라도 백전백패할 게 불 보듯 빤하다.
그런데 수원병 선거가 그렇게 일방적인 게임으로 막을 내릴 것 같지 않다. 실제 이 지역 승부는 막판까지 손학규 후보와 김용남 후보 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중앙일보와 엠브레인이 지난 10일부터 지역 유권자 800명(유선전화 600명, 휴대전화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김용남 후보(36.1%)와 손학규 후보(34.7%)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인일보가 케이엠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10~11일 이틀간 수원병 유권자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좌 결과 역시 손학규 후보(39.1%)와 김용남 후보(34.6%)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쯤 되면 손 후보가 ‘제2의 분당대첩’을 만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인 것도 결코 ‘허언(虛言)’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손 후보는 이미 한 번 그런 기적을 일구어 낸 바 있다.
지난 2011년 4.27 재보궐선거 당시 야당후보에게는 사지(死地)요, 여당 후보에게는 ‘천당보다 좋은 분당’이라는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거물급인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맞붙어 승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시 선거 초반 여론조사까지만 해도 손 후보가 강재섭 후보에게 크게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었다. 하지만 점차 그 간격을 좁혀 가더니 급기야 막판에는 판세를 뒤집어 압도적인 표차로 대승을 거두었다.
그래서 당시 언론은 그의 기적적인 승리를 이순신 장군이 12척을 가지고 왜군 133척과 싸워 승리한 ‘한산도대첩’에 비유해 ‘분당대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의 승리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뜻이다.
바로 그런 기적을 이번에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 ‘제2의 분당대첩’ 발언이다.
일단 현재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판세로 볼 때는 그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가 이런 최악의 상황을 모두 극복하고 승리할 경우, 단숨에 유력한 야권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될 것이란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유력한 대선주자로서의 손 후보의 운명을 좌우할 경기 수원병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너무나 궁금하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