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요구한 정성근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재요청이 결국 무산되었다. 모두가 예상한 그대로 국회, 더 정확히는 야당은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야당의 두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이유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나 명확하다. 특히 박 대통령 스스로 지명철회한 김명수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후보자로 인해 상대적 수혜를 입은 정종섭 후보자는 논외로 치더라도, 정성근 후보자는 본인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은 물론이고, 전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에서 위증을 하고 나아가 정회 도중 폭탄주까지 들이킨 문제의 인사다. 이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국민을 우롱하는 참으로 막 돼먹은 처신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함량미달의 부적격 인사를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임명토록 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따라서 야당이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문제는 역시 자신과 함께 일할 사람조차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박 대통령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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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두사람에 대한 국회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했다는 것은 사실상 국회의 반응과 상관없이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사람을, 그것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숱한 의혹들과 자질 및 자격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밝혀진 사람을 기여코 임명하겠다는 것은 결국 대통령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다. 또한 불과 얼마전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회담을 통해 보여준 관계복원과 소통의 제스쳐조차 공허한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준다. 이는 야당은 물론이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상대방과 의견을 조율하고 대회와 타협을 통해 접점을 찾아가야 하는 정치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자,
'내멋대로' 통치하면 그뿐이라는 대단히 독선적이고 오만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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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박 대통령의 이와 같은 모습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박근혜 내각 제1기를 위한 인사선임 과정에서도 현재와 똑같은 모습이 연출되었고, 그 결과 최악의 인사참사를 야기하며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어야만 했다. 이는 누구를 탓할 필요도 없이 박 대통령 본인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이번 제2기 내각 구성에서도 이같은 모습은 고스란히 재연됐다. 사람만 바뀌었을 뿐 후보자의 면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과는 제1기와 놀라우리만큼 정확히 일치했다.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탈세 및 탈루, 위장전입, 투명하지 못한 재산형성과정 등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다. 깨끗하고 유능한 정부를 만들어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겠다더니 어찌된 영문인지 깨끗함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탐관오리'와 다름없는 자들을 정부요직에 중용하고 있다. 이처럼 자기모순과 이율배반이 몸에 깊숙이 배어 있는 박 대통령의 모습에서
'신뢰'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국민이 있다면 속된 말로
'골수 박빠' 아니면
'바보'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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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했듯이 정치는 두 대상 사이의 조정과 소통,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는 정치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를 통한 야당의 타협안 제시에 박 대통령은 정성근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강행으로 화답했다.
'내 사전에 대화와 타협은 없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공표한 셈이다. 정치가 아닌 통치를 하겠다고 선포하는 대통령 앞에 정치갈등과 국론분열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이다.
언론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오늘(16일)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어 임명을 기다리고 있는 장관들에 대한 임명을 재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근•정종섭 후보자 역시 이들과 함께 임명될 것이 확실하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속보가 뜰지도 모르겠다.) 물론 장관에 대한 임명권은 인사청문결과와 상관없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이를 대통령 마음대로 아무나 임명하라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야당시절 인사청문제도를 확대•개정한 장본인인 박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는 이같은 상식조차 너무나 먼 남의 나라이야기가 되어 버린지 오래다.
'마이동풍'과
'유아독존'의 깊은 골방 속에 갖혀 있는 박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한 적이 있다. 노무현의 대연정 제안에 거부 의사를 밝히며 내뱉은 표현이다. 필자는 오늘 국민여론을 완전히 무시한 박 대통령의
'내 멋대로 정치'를 표현하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찾지를 못하겠다. 국민이 위임한 정치권력을 사유화하고, 국가와 국민을 한낯 통치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작금의 박 대통령에게 참으로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출처:바람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