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의 7.30 재보궐선거 공천파동을 거치면서 안철수 공동대표는 상처를 많이 입었지만 김한길 공동대표는 오히려 얻을 건 다 얻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김한길은 실리를 챙겼고, 안철수는 친구마저 잃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심지어 당내에선 ‘열길 사람 속은 알아도 (김)한길 속은 아무도 모른다’는 농담이 떠돌 정도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13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그는 "100일이 10년 같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옛 민주당과 합당 이후 그의 대권 주자로서의 지지율은 끝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통합 이전까지만해도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은 야권 주자들 가운데 1위를 차지했었다.
리얼미터가 2월 17∼21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30%)와 유선전화(70%)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응답률은 5.3%다)한 결과를 보면, 안 대표는 야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24.2%를 기록했다. 물론 1위다.
친노(친노무현)그룹의 맏형 격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14.2%로 2위를 기록했지만, 안 의원과의 격차는 무려 10.0%포인트에 달했었다.
하지만 안대표의 지지율은 그때가 최고치였다.
실제 옛 민주당과 통합을 하자마자 그의 지지율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리얼미터가 통합 이후인 3월 10~14일 닷새간 전국 성인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안철수 대표는 17.1%였고, 문재인 의원은 11.4%로 그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그러나 그 격차는 5.7%포인트로 여전히 오차범위를 벗어났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야권 통합신당 창당 조건이었던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로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은 다시 한 번 폭락하고 말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무공천을 철회키로 한 4월 7일부터 1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공동대표는 14.9%, 문재인 의원은 10.4%로 그 격차는 4.5%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리고 약 한달 뒤 리얼미터가 5월 12~16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35명을 대상으로 벌인 주간 정례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포인트) 결과 안 대표 지지율은 12.3%로 문재인 의원(14.2%)보다 1.9%포인트 뒤졌다.
당시 리얼미터 측은 자체 조사만 놓고 볼 때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안 대표가 문 의원에게 뒤진 것은 2012년 대선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 이후에도 안 대표는 계속 김한길 대표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지금은 야권주자로서의 존재감마저 찾기 어렵게 됐다.
반면 김한길 대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고 있다.
일단 그는 안철수 측과의 통합을 성사시켜 다 죽어가던 야당을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 실속은 챙기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재보선에서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천정배 전 장관을 경선에서 원천배제 하도록 했던 것은 그가 차기 당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초기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역시 차기 전대에서 그와 경쟁 가능성이 있는 정세균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울 동작을에 정세균계인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을 낙마시켰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정동영 전 상임고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소리도 들린다.
반면 김한길 대표는 그동안 자신을 도와 당의 입으로 활동해온 박광온 대변인을 수원에 심어서 자기 사람 챙기기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광주 광산을에 ‘보은공천’ 논란에도 불구하고 권은희 전 수사과장에 대해 공천을 강행한 것 역시 김한길 대표의 작품이라는 후문이다.
이에 비해 안 대표는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심지어 자신의 측근인 금태섭 전 대변인을 동작을에 공천을 주지도 못했다. 그로 인해 금 전 대변인이 대변인 직을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통합 당시 윤여준 새정치연합 전 의장은 ‘사슴이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격’이라며 우려를 표명했었다. 그런데 그는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갔는데 호랑이가 없다’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잡아먹히고 말았다. 이게 정치다.
그러고 보니 정치는 아마추어가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