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했던 세월호 참사를 되돌아 보면 "아름답다" 라는 형용사가 적절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대한민국 모든 언론을 통털어 "JTBC손석희의 뉴스 9" 만큼 세월호 참사에 대해 끝없는 관심으로 진실에 접근해보려는 언론은 없다고 단언하기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손석희 앵커의 조우를 감히 "아름다운 여정" 이라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끔찍했던 4월 16일, 그날을 기점으로 글 벗님네들이 아시는바대로 대한민국 언론은 국민 곁을 떠났습니다. 응당 언론의 본분인 참사의 원인과 정부의 초동대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각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매몰차리만치 본질을 외면하고 정권 옹호에 전전긍긍했던 것을 떠올리면 지금도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수구족벌재벌언론을 모체로한 종편의 편향된 보도행태는 차치하더라도, 이미 국제사회에 조롱꺼리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언론, 특히 국민이 주체인 공영방송은 논박할 가치 조차 잃었습니다. 취재윤리는 커녕, 언론의 궁극적 역활인 시시비비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은 고사하고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키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었으니, 국민의 알권리는 언감생심일 뿐이었죠...

또한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침몰이라는 이 비극적 사태를 초래한 청와대의 후안무치에도 분통 터질 일이지만, 참혹한 현실은 외면한 채, 언죽번죽 거짓말로 여론을 호도하고 조작하여 진실을 날조, 왜곡하려는 이 정권의 몰지각함에 아연실색 그 자체였습니다. 이 정권의 마수에 걸려 이성과 판단력이 마비된 하루살이들의 마지막 발악이 이토록 막무가내 일줄이야 그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이런 황망함 속에서 "난세에 영웅 난다" 란 말을 실감케 한 일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엉뚱한 매체에서 일어납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손석희 앵커였고, 그가 진행하는 "뉴스 9"은 온국민의 관심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는 냉철한 분석으로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주려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었고, 때론 사려깊은 진행으로 실종자와 유가족, 그리고 국민들을 감동시키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를 통해 언론의 정론직필을 갈구하던 국민들은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그 참혹함속에서도 잠시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국민들과 함께 고통의 시간을 나누던 그가 어느 날 결심이라도 한 듯, 데스크를 팽목항으로 옮깁니다. 생사 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을 데스크에 앉아 현장 기자들의 리포트로 전한다는 것이 그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일까요? 팽목항 사고 현장에 선 그는 마치 비장함으로 무장한 전사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의 오프닝 멘트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무심하게 피어있는 봄꽃들 사이로 바다에 갇힌 아이들을 기다리는 노란 리본의 간절한 행렬을 쫓아오다 보면 이 곳 팽목항에 당도합니다. 열흘째, 조류가 다시 조금씩 빨라진 중금기에 들어선 오늘 구조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시신수습도 거의 정체상태에 빠졌습니다. 가족들 마음이 더 타들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의 거침없는 진행으로 현장 상황은 가감없이 시청자들의 안방으로 전달되었고, 그로인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으니, 이 후안무치한 정권과 몰상식한 종편, 그리고 정권의 앵무새로 전락한 공영방송은 그야말로 난감한 처치에 빠지고 말았을겁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파렴치한 그들은 어줍잖은 모함으로 손석희 배척에 나섰으나, 다행히 국민들의 성원과 방어에 그들의 비열한 수작은 속수무책으로 불발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관심이 멀어지면 그만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참으로 할 말이 많지만 각설하고 이쯤에서 본론으로 들어가렵니다...

단벌로, 넥타이도 하지않은 채, 비바람속에서도 세월호 참사 진실찾기에 나섰던 그가, 당시 실종자 가족이었던 이호진씨의 사연을 소개하며 같이 마음 아파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생환을 학수고대하며 그 가족들의 아픔까지 전해주던 그에게 이호진씨는 인터뷰 중 뜻밖의 부탁을 합니다."평소 좋아했던 분입니다. 내 아들 승현이의 생사를 확인하고 나면 꼭 다시 만나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쾌히 승낙했고, 나중에 그 약속은 지켜졌습니다...

하지만 승현이의 생환을 바랐던 이호진씨의 간절함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故 이승현군은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주기를 원했던 듯, 침몰 직전의 사진 몇장만 남긴 채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들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 손석희 앵커는 故 이승현군의 가족들을 초대하여 만남의 시간을 가졌고, 그들의 만남은 "아름다운 약속" 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어제 미디어몽구는 트윗으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2학년 학생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씨가 손석희 앵커에게 넥타이를 선물했다. 손 앵커는 지난 9일 JTBC ‘뉴스9’에서 이 넥타이를 착용했다. "단원고에서 팽목항까지 도보순례 중인 고 이승현 학생 아버님이 긴 여정을 떠나던 날 손석희 앵커에게 생일 선물로 넥타이를 보냈는데… 바로 그 넥타이입니다"

"손석희 앵커가 아버님들 걷는 길에 전화해서 힘내라며 큰 힘을 주고 있다네요" 라고 소개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의 유가족 3명은 지난 8일 오후 안산 단원고를 출발해 진도 팽목항까지 갔다가 다시 팽목항에서 대전 월드컵경기장까지 800㎞를 40여일 동안 걷는 도보행진을 시작했고 그 여정의 마침표는 교황과의 만남으로 끝을 맺을 예정이랍니다.

세월호 참사 이 후, 손석희 앵커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팽목항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때론 냉철하게 정부를 비판하기도 하고, 때론 살갑게 유가족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밝혀지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저희들의 심층보도는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했던 약속을 지키겠다는 듯이 말입니다...

아직도 팽목항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분들로 인해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 끓어오르는 분노를 그치기 위해서는 위안보다 진실 규명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시점입니다. 시간이 더 지난 뒤, 마침내 진실이 눈을 뜨고 분노가 걷혔을 때, 비로소 우리는 부둥켜안고 같이 울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진실찾기에 나선 그의 걸음이 그래서 더더욱 반가웠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