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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스스로 사퇴했더군요. 신문에서 제목을 '정홍원과는 달랐다'고 달은 것이 유난히 눈에 띕니다. 아마 책임지지 않겠다는 정치인들이 넘치고 넘치는 사회에서, 아니, 더 나아가 사회 지도층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자기들이 책임져야 할 일에 책임지지 않는 풍토가 만연한 사회에서 홍 감독의 차라리 의연하기까지 한 자진사퇴 결정과 회견 내용은 자못 비장미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홍명보 감독 퇴진도 그렇지만, 이제 월드컵도 이제 결승만 남겨 두고 있는 상태. 준결승에서 브라질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미국 TV를 통해 관전하면서 기분이 씁쓸했습니다. 밀착 마크를 하며 방어하던 브라질 선수들 사이로 독일 축구팀의 아무라도 한 사람만 놓치면 그대로 골을 넣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저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이 딱 저렇다는 생각을 안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들의 행동을 축구로 비유하자면, 말 그대로 노마크 찬스를 만들어 골문 앞까지 달려가 결정적 찬스를 만들어 주어도 헛발질만 하는 상황. 팀 선수간의 단결은 고사하고 서로 패스도 제대로 안 하는 상황이랄까요. 여기에 감독과 코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자기들 맘대로 아무데나 선수를 꽂아 대는 상황. 포워드를 뛰어야 할 사람을 골키퍼로 놔 둔다거나, 최강의 리베로를 후보 자리에 앉혀 놓고 실전에 투입을 하지 않는다거나, 후보 선수를 느닷없이 최전방 공격수로 갖다 놓는 식의 경기 운영이랄까요. 왜 박근혜 정권이 저렇게 안심하고 국정 운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가 너무나 뻔해 보입니다. 최대 야당이 저 꼴이라니.
뭐, 기동민 전 서울 부시장이나 권은희 과장 공천에 대해 어떤 전략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과정입니다. 적어도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하는 정당이라면 어떤 결정이 내려질 때 그 과정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러번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여준 모습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전혀 먼 모습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더 실망하는 것이고, 희망을 잃어가는 것임을 이 정당은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야당이 큰 그림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자기들의 권력 투쟁이 아니라 원내에서 저렇게 국민을 무시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계속 과반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큰 그림으로 생각하면 지금의 이런 추태들이 나올까요? 정치란 것이 개인의 욕망을 극한으로 키우는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이렇게까지 보기에 참담한 그림으로 나오는 한국의 현실. 도대체 니들 뭐냐? 라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특히, 안철수 대표야말로 차라리 홍명보의 모습을 본받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국민들이 그에게 걸어 주었던 기대를 이렇게까지 차 버리는 실망스런 모습, 여기서 저는 감독으로나 선수로나 기대치를 너무나 충족시키지 못한 그분이 차리리 정계에서 은퇴해 원래 자리로 가는 것이 그 분의 미래를 위해 나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원래 신선한 충격이었던 그 분이 김한길과 함께 하면서 이렇게 현실 정치의 가장 더러운 부분만을 이렇게 빨리 닮아가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선사하던 그 때가, 바로 안철수 대표가 가장 아름다웠던 자리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생각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