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무소속 천정배 후보 중 누구를 찍으시겠습니까?"
지난 6일 광주 광산을 지역에 한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설문내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실시한 이 여론조사 한 문장에는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에 대한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숨은 의도와 그들이 얼마나 큰 딜레마에 빠져 있는 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여론조사 한 문장만으로도 당 지도부의 광산을 보궐선거 전략은 처음부터 누구를 공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를 배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보다 분명해진다. 집권 경험이 두 번이나 되고 제1야당의 선거전략이 특정인 한 명을 배제하기 위한 목표에 집중돼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 특정인 '누구'가 천정배라는 정치인이라는데 주목하면 광산을 보궐선거의 숨겨진 정치공학이 드러나고 그 고차방정식의 답을 알 수 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이번 보궐선거전략은 이미 꼬일 대로 꼬이고 있다. 광산을 주자를 빼내 서울 동작을로 전략공천했지만 정작 해당 후보는 닷새째 이를 수용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8일 오전 공천 수용 의사를 밝혔다. 편집자주) 설상가상으로 당 지도부는 광산을을 비워 놓고 전략공천할 후보를 물색하고 있지만 여태껏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천정배'가 있다. 천정배를 배제하기 위한 목표로 갖가지 논리와 장치를 만들다 보니 선거판 자체가 크게 흔들리고 뒤틀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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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가 만든 대표적인 천정배 죽이기 프레임이 중진 배제론이다. 중진은 쉬운 곳 대신 어려운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는 이 논리는 일견 그럴 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호남개혁세력을 고립시키자고 공공연히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집중적인 배제 대상이 천정배, 정동영과 같은 호남개혁세력의 대표주자들뿐이고 최인기, 손학규 등은 그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신진 등용론 등도 실상은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말려든 것에 불과하다. 훌륭한 인물 자원이 고갈된 새누리당으로서야 '박근혜 키즈류'를 내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오죽하면 '총리 재활용'까지 하겠는가 말이다. 거기에 비해 새정치연합과 야권개혁세력은 경륜과 시대의식 모든 면에서 훌륭하고 중량감 있는 인물을 많이 가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준석, 손수조류와 천정배, 정동영류 어느 쪽이 당과 국민한테 필요한 정치인재들인가.
칸트의 말을 빗대면 "호남 없는 개혁정치는 공허하고, 개혁 없는 호남정치는 맹목이다"라고 할 수 있다. 광주와 호남이 야권의 핵심기반이라는 점에서 이 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집권방정식으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공식이다. 이 방정식의 해답은 결국 호남과 개혁이라는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킬 때만이 얻어질 수 있는데, 그 함수가 바로 천정배라는 호남 출신의 개혁정치인이다.
천정배의 광주 당선은 호남 개혁정치의 부활을 의미하고, 호남정치의 복원을 통해 기득권을 잃는 세력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혁정치의 대표주자인 '천정배 죽이기'는 곧 어떻게든지 호남정치가 고사되더라도 '호남개혁정치'의 부활만은 막겠다는 집요함과 절박성의 표현일 수밖에 없다.
광주 입장에서도 새정치연합 처지에서도 호남개혁세력의 복원은 집권전략차원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과제이다. 호남과 개혁세력이 연합하여야만 기본적인 집권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도부는 전략공천으로 두 번이나 광주를 우롱하면서까지 천정배를 배제하려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아니면 최소한 현재 당 지도부들은 정말로 호남개혁정치의 복원을 두려워하는 기득권 세력이 돼 버린 것일까.
<양근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의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