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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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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의 봄
철책을 응시하는 핏발 선
눈망울 뒤로하고
떠가는 구름
찢겨 진 육신 흙이 되어
잠들 수 없는
영혼의 후조(候鳥)들도
처참스레 흐느끼는 땅
봄마다
이름 모를 들꽃들이
향기를 품어도 가시지 않는
피 비린내
지우고 지워도
끝내 씻겨 지지 않는
서러운 자국
꽃피어도
살얼음 뒤덮인 지점
떠도는 서러움
맴도는 그리움에
철없는 바람마저 흐느껴 흐르고
말없는 구름마저 한숨 떠가니.
풀잎마저 흐느낌에
빨간 피눈물이 흐른다.
팔천만 한데 모여
씻김굿 한마당 잔치라도 벌려놓고
육신이 찢겨 방방 골골
떠도는 원혼 달랠 양이면
한 맺힌
피울음 달래지겠지
그날이 오면
봄마다
피는 꽃 사이사이 후조의 노래
살 어리 났다. 살 어리 났다
춤추며 뛰노는
영혼들의 발자국소리
민중의 귓전에 여울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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