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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1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대표는 정론관에서 출입기자들에게 떡볶이와 순대를 돌렸다. 29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치 블로거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참석자 성향들은 대부분 진보성향이면서도 안철수에 비판적인 블로거, 트위터리안들로 알려졌다.
먼저 정론관에서 출입기자들에게 떡볶이, 순대를 돌렸더니 예기치 않은 안철수 대표의 의도(?)에 대해서 여러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새정치 민주연합의 공보실에서는 <별다른 의도는 없고 전날에 있었던 정론관 방문때 빈손으로 간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있고 기자분들 힘내라고 그런 것 같다>고 밝혔지만 다소 이례적인 일이였음엔 틀림없는 것 같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치 블로거들과의 간담회를 가진 것도 예전엔 없었던 일이므로 이 역시 이례적인 일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안철수 대표가 평소 기자들이나 또는 정치 블로거들과 아예 가까워질 생각이 없었거나 혹은 가까워지거나 대화를 가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으나 시간이 나지 않아서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실제 그 상황과 속마음을 알 수는 없으나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선 정치인 안철수에게 있어서 대부분의 기성 방송.언론이나 SNS 오피니언 여론 메이커들의 정치적 스탠스나 그동안의 보도 행태가 정치인 안철수에게 있어서 과도하게 저평가되거나 매도된 부분부터 언급을 하고싶어진다.
지난 18대 대선때부터 안철수는 룸살롱 출입문제, 논문 표절 의혹, 목동녀, 할아버지 친일문제, 안 후보 딸의 호화유학, 안랩주식 배임횡령문제부터해서 MB의 아바타니, 뉴라이트니해서 여러 근거없는 악의적인 네가티브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은 바 있다.
안철수를 정치의 장으로 불러내게한 안철수 현상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범 국민적으로 뜨거웠던 열망과 기대와는 다르게 기존 언론들은 어떡하든 그것을 폄하하고, 왜곡 견제하며 기득권 구조가 무너지지 않게 하는데 앞장서 왔다.
안철수 독자 신당의 창당이 가시화 되어갈 시점부터 언론의 집중 공격을 통해 안철수 신당으로의 합류는 곧 야권의 분열에 가세하는 시대역행적 행위이고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면 패망한다는 논조로 미리 돌팔매질 해놓음으로써 합류를 고민하던 인사들을 위축시키기도 하고 신당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사설을 연일 보도하고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독자세력 구축에 확실한 견제구를 날린 바 있다.
정치인 안철수가 모든 것에 완벽하게 잘 해왔다고 강변하고자함이 결코 아니다. 정치인으로서 모자라는 점도 있고 터득해나가고 갖추어야하고 개선되어야할 부분이 아직 많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항상 과소평가되어왔다.
4.24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 등원에 성공한후 언론이 구축하고자 했던 안철수의 이미지는 부지런하게 민생을 챙기는 국회의원 및 대선주자가 아니라 박력없이 국민들의 눈치를 보고있는듯한 무능하고도 우유부단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논조의 기사와 사설, 그리고 뭔가 화난듯한 표정과 다크서클이 깊게 패인 얼굴표정등의 어두운 이미지의 사진들을 주로 올리면서 소통보다는 오만하고도 고집스런 불통의 이미지를 심어주어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더도말고 있는 그대로의 공정보도만 보장받을 수 있다해도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니 그로서도 이만 저만 고민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정치입문 2년이 안되는 그로서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정치 일정들을 겪음으로써 웬만한 정치인들의 20년어치는 겪었음직한 소위 <압축 경험>을 했다. 매월 다양한 주제와 계층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노원콘서트를 통해서도 단련이 되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험과 학습들은 훗날 반드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명망이 높았던 안철수 교수를 굳이 정치판으로 불러내게한 안철수 현상의 이면에는 그가 가진 상징적인 시대정신이 있다. 산업화 시대, 민주화 시대를 거치고 새로운 미래 가치를 품은 지도자상으로 그가 적격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18대 대선에 그가 뛰어들었을 때 각종 방송언론의 무차별 공격과 기성 정당의 무한 견제와 양측 진영의 지지자들로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 폭력에 시달렸다. 안철수의 성공은 곧 기득권의 상실을 의미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국회등원이후에도 정국은 각종 대선후유증에 시달리면서 그의 이름은 언론의 모퉁이로 밀려나고 그가 내세운 민생 정치, 새로운 정치도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독자 세력화는 높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안철수도 현실적인 방법을 택하고 현실 정치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민주당과의 통합의 이유로 내세웠던 ‘기초선거 무공천’도 결국 수포로 돌아가는 아픔을 겪고 5:5 통합의 정신마져 훼손되어 새 정치 풀뿌리 세력들이 초토화 되는 과정도 겪었다. 광주의 상징성을 놓치지 않기위해 시도한 광주시장 전략공천의 후유증도 만만찮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안철수의 지지율은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택했던 통합의 길이 반드시 절망을 가져다 온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독자세력화보다 더 힘든 가시밭길을 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새 정치 조직과 진성 지지세력들의 반발과 이탈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택한 길은 적어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통하여 정면 승부를 하겠다는 깊은 고뇌에서 출발했다고 생각되어진다.
여전히 진성 지지자 일각에서 탈당하여 다시 독자세력화를 하자는등의 주문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안철수가 그런 주문에 당장 응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당장에 지지세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소 템포가 느리지만 정교하고 날카롭게 각지지 않는 스타일로 당을 변화시켜 나가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지방선거때도 그랬지만 7.30 보궐선거를 앞두고 소위 安心에 대해 언론과 정치권은 비판 일색이다. 말이 당대표이지 도무지 뭘 제대로 하게끔 내버려두지 않는 현실이다. 막상 통합을 이루어냈지만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당내의 안티성향의 계파들로부터 극렬한 배척을 당하고 있다보니 그야말로 안철수로서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항상 ‘신의 한 수’가 될 수 밖에 없다.
가상의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30% 가까이 정점을 찍을 때 구 민주당의 지지율이 9%대 였던 것을 기억하자. 물론 당내 안티 세력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지언정 고마워하기는커녕 오로지 안철수 죽이기에만 혈안이 되어있는게 사실이다. 이러한 세력들을 당장에 인적 쇄신을 통해 척결하는 과격한 방법이 아닌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우회적으로 개혁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이러한 안철수가 가진 어려움과 딜레마를 제대로 알아야할 이유와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안철수 대표가 기자들과의 스킨쉽을 강화하는 제스쳐를 취하거나 안티 성향의 정치 블로거조차 간담회를 통해 만남과 대화를 시도한 점은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다. 그러한 시도와 만남이 당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하더라도 가랑비에 옷젖듯 차곡차곡 쌓여나갈 수 있다는 점만 생각했으면 한다.
늘 안철수 대표의 정치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필자로서는 최근의 그의 행보에서 많은 변화들을 감지하고 있다. 결국 정치란 것은 혼자서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듯하다. 그 동안 나름대로 안철수 스타일대로 소통을 해왔으나 때로는 그것이 여의도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수도 있을 법하다.
많이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기성 언론이나 기득권의 높은 벽을 허무는 방법은 결국 직접 부딪혀서 헤쳐나가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언론과 오피니언 집단들을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말을 하고 더 많이 알리는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더 많은 창조적인 방법을 주변에서도 고민하고 건의하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이지혁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