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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우리를 기쁘게 한다.’ 이는 구호가 아니다. 빈말이 아니다. 평화가 없는 세상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란 얼굴 없는 용모를 예쁘게 다듬는다면서 거짓으로 폼만 잡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지금 평화로운가.
상당히 그렇지 않다. 남북이 서로 갈라져서 69년 째 분단된 상황에서 대치상태를 못 벗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G2로 불리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초강대국과 일본과 러시아가 이웃해 있다. 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동북아 평화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이 요동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로 치닫던 시절의 영광을 못 잊어 걸핏하면 무력강화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때마침 미국이 중국의 무서운 국력신장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한 미 일 MD(미사일 방어)협력 방안’을 제안하고 있고, 이 틈을 타서 일본은 자위권 발동을 강화하여 이웃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자국의 안전을 위해서 파병할 수 있다는 헌법의 자의적 해석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 결과가 7월 1일 일본의 다수 국민의 정서가 반대함에도 기어코 집단 자위권 의결이다.
일본의 패전 당시 아베총리의 조부 뻘 되는 일본 지도자들이 한국을 떠나면서 저주를 퍼부었다. 일본이 항복한 직후 9대 조선 총독이었던 아베 노부유키가 남긴 말은 "일본이 오늘 패했으나 조선이 이긴 것은 아니다. 일본은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지 교육을 심어 놓았다. 조선이 제대로 일어서려면 백 년이 걸릴 것이다" 이런 식의 언명은 일종의 망 말이요 저주인데 이것이 오늘 우리 상황에서 외교와 국방문제와 맞물려서 사실처럼 드러나는 듯해서 우리를 심히 염려스럽고도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나아가 일본이 심어놓은 식민사관이 적지 않은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마음속에 시퍼렇게 살아있어서 매사에 걸림돌과 국론분열은 물론 자주적인 정책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7.4 남북공동선언이 이뤄진 42주년 되는 날이다. 7.4남북공동선언은 우리민족이 서로 갈라져서 분단을 이룬 이래 최초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지대하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무수히 쏟아졌던 통일담론 속에서도 7.4남북공동성명은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으 3대원칙을 합의함으로서 이 3대원칙은 지금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7.4공동성명은 6.15선언과 10.4공동 선언으로 이어지는 남북화해협력의 첫 발걸음이었기에 그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어떤 나라든 자주와 평화라는 기본적인 이념이 확립되지 않고서야 그야말로 자주와 평화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족의 대단결이 보태진다면 남북은 상생하며 나아갈 수 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자 여전히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7.4남북공동성명 42주년 되는 오늘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흥사단, 통일농사협동조합, 남북경협비상대책위원회 등 국내 21개 평화통일단체에서는 정부에 바라는 4가지 결의 사항을 내놓고 있다.
첫째, 남과 북은 남북 간 현안을 ‘자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화에 적극 나서라!
둘째, 남북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를 재개하고, 중단된 교류협력을 조속히 재개하라!
셋째, 남북은 통일의 비전과 꿈을 보여줄 ‘민족대단결’의 원칙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부디 ‘자주’ ‘평화’ ‘민족의 대단결’이라는 7.4남북공동 선언 정신을 살려서 국내외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나가길 바란다. 북한도 오늘을 기점으로 7.4공동성명발표 42주년을 언급하며 "4일 0시부터 상호 비방 중상 중단 및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자"고 언급했다.
기회를 흘려버리지 말고 잘 살리자. 우리민족끼리 상호존중하고 배려하며 상생발전 해나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일본 따위가 한반도 문제에 끼어들 틈이 없어진다.
박정례/ 기자, 르포작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