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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결국 평화헌법을 무력화해 해외에 파병 - 더 정확히 말하자면 침략 - 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일본 국민들의 60%가 반대한다지만, 아베 정권은 결국 그동안 아시아 제 국가가 반대해 왔던 것을 밀어 부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어서, 혹시 이런 것들이 이미 '미국의 어느정도 묵인 아래' 한국과 일본이 겉으로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조율이 끝난 게 아니냐는, 이런 의혹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한국을 방문합니다. 전통의 맹방인 북한을 방문하기도 전에 먼저 7월 3-4일 동안에 한국을 방문하는 시 주석의 행보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일본의 이러한 극우 회귀 행보에 맞춰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겉으로 나타난 이유는 한국이 중국과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이른바 '경제 유대'가 돈독하다는 것이지만, 글쎄요, 지금의 상황을 여러가지로 바라본다면, 시진핑의 방한은 한국에 일종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일본의 극우화 움직임이 미국이 일본의 지역 패권주의를 묵인해주는 대신 MD 체제를 강화시켜 신냉전을 고착시키는 것임을 중국이 모를 리 없고, 특히 이 MD체제는 이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다시 중-러의 군사적 유대를 강화시키는 등, 지역 긴장을 악화시켜 온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시진핑의 갑작스런 방한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하는 것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시진핑의 방한은 지금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박근혜 정권의 인기를 올려줄 수 있는 호기가 될 것입니다. 특히 7.30 재보선을 앞두고 호재가 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번 방한의 목적을 감안할 때 시진핑은 대일 메시지,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대미 메시지도 꽤 강력하게 날릴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이 원하는 것처럼 대북 메시지는 날리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으로서는 꼭 필요한 메시지 대신, 일단은 침략에 당한 역사를 함께 공유한 국가로서 일본에 대처하자는 메시지를 특히 강조할 겁니다. 그것은 한국에 대한 선택의 강요이기도 합니다. 미국과 함께 가서 MD 와 사드를 받아들이고 대중 전선을 만듬으로서 유사시 중국의 적이 될 것인가, 그렇다면 중국도 더 이상 한국과 할 필요가 없다는 이런 이야기들이 물밑에서는 오갈 것이 매우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 외교 수사적으로 봐도 한 마디 한 마디가 역대 그 어느때의 외교 현장보다도 가장 중요합니다만, 이럴 때 대통령은 이 중요한 행간을 읽지 못하고 아마 어떻게 옷을 입을 건가를 생각할 것이 뻔해서 가슴이 갑갑합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한국의 대 중국 외교의 성패가 결정됩니다. 중국은 무엇보다 우리의 제 1 교역국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갖는 경계심도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중국은 세계 제 1의 미국 국채 보유국입니다. 중국이 만일 미국 국채를 모두 내다 팔아 버릴 경우, 미국 달러는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될 수 있습니다. 무력의 위협보다 이제 경제적 위협을 더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그러나 미국과의 교역이 망가진다면,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실업자 대국' 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소비는 자국의 경제 성장의 동력입니다. 둘은 사실 누구보다도 협력해야 할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서로를 견제하고 으르렁대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습게도,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미국의 대 중국 수출 제한 조치 때문이라는 지적이 미국의 한 경제학자로부터 있었습니다. 지금 미국은 중국과 교역을 한다면서 그것은 철저하게 비 전략적인 것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의 엄청난 무한 복사 능력이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문제는 이 조치가 워낙 광범위해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팔 물건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이러니 중국은 그들의 넘치는 달러를 미국에 다시 투자를 해야 하나, 이것이 여의치 않으니 결국 미국 국채를 사고, 심지어는 미국 안에 갑자기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초대형 식당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던지 하는 것도 중국 정부가 이런 식으로 자국민의 미국 투자를 뒤에서 조장한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죠.
또, 일본은 아베의 방북을 검토하고, 최근의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한 회담을 갖기로 했습니다. 사실 중국의 한국 우선 방문은 이런 것들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지요. 전통의 맹방이지만 지켜야 할 선은 지키라는 어떤 압력으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어쨌든 이 치열한 외교의 무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갈아입을 옷을 생각하지만 말고, 우리 민족이 지금 무엇에 직면해 있는지를 분명히 직시하길 바랍니다. 왜 굳이 시진핑은 미국의 독립기념일 연휴가 걸려 있는 7월 3-4일을 택해 한국에 오는지도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라고. 저는 이것이 그냥 우연히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