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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내각은 지난 달 20일 일제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했던 '고노담화' 재검증 보고서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더니, 오늘은 임시각의를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침을 의결하였다. 이는 패전 69년 만에 전쟁 참여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이고,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파병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동서 냉전이 종결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동북아시아는 아직도 냉전의 유물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세계 그 어떤 지역보다 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더구나 일본은 과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국가에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겼던 당사국임에도 여전히 자신의 침략 전쟁 사실을 부정하는 등 퇴영적 역사인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베 정권의 외교 폭주는, 한일관계의 악화는 물론 동북아 평화와 안보 질서에 중대한 위협이자 한반도에 대한 침략 예비 음모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고노 담화의 사실상 부정, 집단적 자위권 의결을 멀뚱멀뚱 바라보며 눈 뜨고 당했다. 과연 박근혜 정부에 외교가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나아가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외면하여 국익에 중대 명백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 남북관계 단절로 아베의 퇴영적 외교 폭주를 견제할 외교적 레버리지를 상실하였고, 미국에게는 MD제공의 빌미를 제공하였으며, 남북 경협 중단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손해는 무려 9.4조원에 이르는 등, 총체적 외교 난국에 봉착한 상황이다. '외화내빈 외교', '무능 외교', '세월호 외교'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5ㆍ24조치를 즉시 해제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4대 강국 외교의 출발점이다. 또한 우리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절대 묵인할 수 없고, 나아가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러나 이 와중에 7월 1일 한미일 3국이 미국에서 '군사협력강화'를 협의하였다는 사실이 아연할 뿐이다.
유럽이 NATO라는 집단안보체제를 확립하여 평화와 번영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차 대전 패전국 독일의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에서 집단안보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도 일본의 반성은 필수적이다. 미국도 일본이 '워싱턴 체제(1921년)'를 깨뜨리고 만주 침략전쟁을 일으킨 주범이며, 급기야 태평양 전쟁으로 미국에 창끝을 겨눈 나라라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의 패권이 바뀔 때마다 한반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전쟁과 환란의 고통을 당해야했다. 지금 한반도는 세계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각축의 한복판에 있으며, 일본의 외교 폭주는 동아시아 안보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는 정신 바짝 차리고 일본의 군사 대국화 움직임을 경계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4. 7. 1.
광주광역시 광산구(을) 국회의원 예비후보
천 정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