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기관의 사업자금 융자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까다로우므로 사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유영근 변호사 미국에서 사업자금을 융자받기로 했는데 잘 진행되지 않는다며 필자에게 사건을 의뢰하거나 문의를 하는 경우가 요즘 많이 있다. 물론 그 건수가 수백 건까지는 아니므로 무슨 사회현상으로까지 해석할 것은 아니지만, 부쩍 그런 건수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아마도 국내에서 사업 자금을 융통해 쓰는 것이 쉽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실제로, 왜 미국에서 사업자금을 빌리는가 의뢰인들에게 물어 보면 “담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했다”고 하는 등 대출조건이 좋기 때문이란 대답이 대부분이다. 돈은 외양은 달러니 원화니 국적이 있지만, 실세는 국적이 없으므로, 목마른 돈을 간단한 절차로 빌려주겠다고 하면 이를 마다할 사업가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 금융회사 혹은 관련 업체와 사업자금 융자계약을 했는데 실제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융자금 대출 계약에 의해 돈을 빌리고자 하는 미래의 차용인은 계약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그 책임을 상대에게 묻고 계약을 해지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계약과 동시에 혹은 계약 이후 적지 않은 돈을 상대방에게 보낸 경우이다. 적게는 몇 만불에서 많게는 몇 십만불에 이르는 보험료, 각종 프로세스 비용(process fee) 심지어 활동비를 보냈는데, 계약에 따른 융자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아예 연락을 끊어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간단히 말하면 사기를 당한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한눈에 사기로 보이는데, 의뢰인들은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확실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은 심리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사기가 아닐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한다. 그 근거 중 하나는 상대가 미국의 대형 은행이나 금융업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다. 예컨대 미국에 누구나 다 알만한 ‘미국은행’이라는 큰 은행이 있다면, 의뢰인들의 상대측은 미국은행이 아니라 ‘미국은행파이낸스그룹’ 혹은 ‘미국파이낸스은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뢰인들은 같은 뉴욕은행인데 큰 은행이 사기를 쳤겠느냐는 믿음을 쉽게 놓지 않는다.
물론 융자 과정에는 차용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 비용은 보통 융자를 완성하는 이른바 클로징(closing) 테이블에서 융자액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미리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경우도 없지는 않다. 차용인의 사업에 대한 제3자의 평가라든가 차용인에 대한 신용조사 등 실비에 대해서는 융자가 완성되기 전 미리 차용인에게 청구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액수가 그리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수증을 바로 발급 받을 수 있다. 좀 많은 액수로 당장 영수증을 발급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변호사 등을 에스크로 에이전트(escrow agent)를 선정하여 클로징에 이르기까지 에스크로 구좌(escrow account)에 예치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몇 백 만불, 몇 천 만불을 꾸어주는 은행이나 융자회사에서 명세도 확실하지 않은 ‘활동비’ 명목으로 비용을 미리 달라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어서 사업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이, 그리고 매우 조건으로 사업자금을 빌릴 기회가 ‘웬 떡’처럼 나에게 왔는가 하는 일종의 행운감이 상식을 덮은 것이다. ‘알만 한 분’들이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미국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시작에서부터 융자가 완성되는 클로징까지 심사와 절차가 까다롭다. 주택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주택구입자금융자(모기지)도 그 절차가 까다로운데, 하물며 무담보 사업자금 융자라면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간에서 한층 더 까다로운 것이 정상이다.
보통 미국 금융기간에서 돈을 빌리려면 꼼꼼히 살펴보아야 하는 서류도 상당히 많고 금융기관에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도 많다. 그래서 양측 모두 변호사를 선정하여 계약에서부터 클로징까지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좋은 조건으로 사업자금을 빌릴 수 있다면, 어는 국가의 금융기관에서 빌리든 상관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돈을 빌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금융사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사기에 걸리지 않는 길이다. <유영근:미국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