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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달 20일, 칼럼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으로 ‘화합형 정무형’을 제시한 바 있다.
차기 총리의 권한이 매우 막강해진 탓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밝힌 대로라면 정부 조직·인사를 전담할 행정혁신처, 국가 재난 대응 등을 총괄하는 국가안전처가 총리 산하로 편입되게 된다. 따라서 총리의 권한과 책임이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관피아(관료 마피아) 척결과 공직사회 개혁, 그동안 쌓였던 적폐(積弊·오랫동안 쌓인 폐단)를 없애기 위해 총리에게 서슬 퍼런 칼을 맡길 가능성이 높아 ‘책임총리제’가 정착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그런 막중한 총리업무를 감당하려면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는 ‘화합형’ 인사, 특히 추진력까지 갖추려면 거기에 정치적 경륜이 더해진 ‘화합형 정무형’ 인사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필자는 “그런 의미에서 신임총리는 관료 출신이나 법조인 출신, 혹은 학계 인사는 고려대상에서 배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피력했었다. 또 박 대통령이 그동안 의외의 인물을 선호했던 것처럼 전문직 출신의 무명인사를 '깜짝 카드'로 내놓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박 대통령은 처음에는 법조인 출신의 안대희 변호사를, 그 다음에는 문창극 후보자라는 ‘깜짝 카드’를 내놓고 말았다.
그 결과는 어떤가. 우려했던 대로 두 인사 모두 ‘중도 낙마’하고 말았다.
또 다시 이런 불행한 사태가 초래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박 대통령에게 ‘화합형 정무형’ 총리를 거듭 제시하고자 한다.
그럼, 총리 적임자는 누구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의 손학규 상임고문이라면 어떨까?
‘화합형 정무형’ 총리라면 그가 가장 적임자 아닐까?
그는 현재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특히 안철수 공동대표의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그의 당내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야권내 차기 대권주자들 가운데 안철수 공동대표에 이어 손학규 고문의 지지율이 턱밑까지 따라 붙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그가 안철수의 빈자리를 메우게 될지도 모른다.
이 같은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를 차기 총리후보로 지명한다면 야당에서도 그를 비토하지는 못할 것이고, 야권 지지자들 역시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 아니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그는 ‘화합형’ 총리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더구나 그는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 등을 역임한 경륜의 정치인으로서 ‘정무형’ 총리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그는 새정치연합 친노계 인사들과는 달리 온건 중도파로 분류되는 인사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과연 손 고문을 총리 후보로 지명할 의사가 있는지, 그리고 지명을 받을 경우 손 고문이 과연 이를 수락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국익을 위해 박 대통령은 과감히 야권 인사도 무두 끌어안는 포용력 있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손 고문 역시 제안을 받을 경우,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물론 차기 야권의 대권주자로 가는 길에 그게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의 이익보다 국익이 우선 아니겠는가.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7.30 재보궐선거 출마의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선택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른바 ‘분당대첩’ 등을 통해 ‘선당후사’의 정신을 몸소 실천해 왔던 것처럼, 총리 제안이 들어 올 경우 같은 마음으로 수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총리가 되어 박 대통령과 함께 관피아 적폐를 척결하고, 국가 시스템을 대수술하는 총리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신임 총리가 향후 국정운영과 내각·청와대 개편의 향방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니만큼,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고 야권과 시민사회를 설득시킬 수 있는 화합형에 공직사회 개혁을 주도할 능력 있는 정무형 총리가 선임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손학규 카드’를 진지하게 고민해 주기 바란다.
다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김문수 경기지사 등 새누리당내 친박계가 아닌 비박계 인사들을 고려 할 수는 있겠다.
<고하승 : 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