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새벽 펼쳐진 월드컵 축구 경기에 대해 말들이 많다.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중요한 일전에서 완패했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들이다. 현대 축구는 미드필드 싸움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면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다. 필자는 중원싸움에서 철저하게 밀렸던 것이 지난 알제리전의 가장 결정적인 패배요인이었다고 본다. 재앙과도 같은 미친 수비력, 골키퍼의 판단미스, 박지성같은 키플레이어의 부재, 선수들의 경험부족, 창의적이지 못한 경기 운영 등등은 패배의 원인에 가미되는 첨가제에 불과할 뿐이다. 결국 미드필드 싸움에서 승부가 갈렸다.
이날 경기에 대해 국내 뿐만 아니라 외신들도 대표팀의 경기력에 혹평에 혹평을 가했다.
'재앙과도 같은 전반전', '한국의 수비는 거의 최악', '한국은 월드컵에 참가할 자격이 없는 팀', '한국의 수비장면은 코미디' 등의 코멘트들이 줄을 이었다. 외신의 혹평을 피할 수 없을 만큼 이날 대표팀이 전반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국가대표의 경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보기에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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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에게도 비난의 화살은 비켜가지 않았다. 특히 러시아전과 같은 포멧을 들고 나온 전략적 판단을 질책하는 소리가 많았다. 벨기에전 패배 이후 주전선수를 다섯명이나 바꾸며 전략적 변화를 도모했던 알제리 감독과는 달리 홍명보 감독은 러시아전과 동일한 전략으로 경기에 임했다. 상대방은 우리팀에 대비한 맞춤전략을 준비했는데 반해 우리는 그렇게 하질 못했다. 경기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었던 표면적 이유다. 홍명보 감독의 전략적 판단이 아쉬운 대목이다.
홍명보 감독도 이를 인식한듯 알제리전 패배를 자신의 잘못으로 시인했다. 그는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결과는 내 실책 때문이다. 지난 경기가 나쁘지 않아 (선발 라인업을) 계속 이어 나가려고 했다. 특정 시점에서 선수교체를 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전반전 3실점이 경기를 결정했다. 모든 상황은 내 지시의 결과"라며 패배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으로 볼 때 이날 발언은 그저 립서비스가 아닌 책임을 통감하는 감독으로서의 고뇌와 자책이 묻어있는 심경의 발로라고 생각된다. 알제리전의 패배로 사실상 다음 라운드 진출이 난망해졌고, 향후 자신의 입지도 불투명해졌지만 대표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는 평가할만 하다.
대표팀의 실망스런 경기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홍명보 감독의 모습을 보며 필자는 문뜩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한 모습이 떠올랐다. 대표팀의 경기에 극단적인 혹평을 날렸던 외신의 평가처럼 박근혜 정부는 실망을 넘어 절망과 재앙에 가까운 국정운영을 하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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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격사퇴를 했다. 과거 일본제국주의 침략과 수탈을 옹호하는 언행들로 역사관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 후 시민들의 반대여론을 더이상 감당치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것이다. 이처럼 부적절한 역사관과 시대인식을 가진 자를 대한민국의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한 사람은 현 박근혜 대통령이다. 국정최고책임자로서 박근혜 대통령은 문창극 후보자의 사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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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검증을 해 국민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는 부디 청문회에서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서는 소명의 기회를 줘 개인과 가족이 불명예와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전인수와 적반하장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종인사권자로서 문창극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국회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대통령이 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스스로가 문창극 후보자의 자격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은 것이 국민들 탓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제대로된 인사검증절차도 없이 부적절한 인사의 임명을 강행했던 청와대 비서실과 대통령 자신에게 이번 참사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걸까.
이해를 돕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지명했던 사람들을 한번 살펴 보겠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두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으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공금유용 등의 혐의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는 이중국적과 미국 CIA 경력 의혹 등으로,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부대주변 땅투기 의혹과 무기중계회사 근무 의혹등으로, 김학의 법무부 차관은 성접대 혐의로,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은 비자금운용 의혹으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방미외교중 성추행 혐의로 각각 사퇴했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과도한 전관예우 문제로 낙마했고, 문창극 후보자는 과거 친일언행들이 논란이 돼 자진사퇴했다. 알려진 공직후보 및 공직자의 경우가 그나마 이정도다. 청와대 비서관까지 그 수를 확대하면 손가락은 물론 발가락을 더해도 모자란다. 그렇다고 현 내각의 면면들이 공직자로서의 자격에 부합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탈세와 탈루, 위장전입, 과도한 재산증식 등 탐관오리의 전형적 모습들을 두루 갖춘 인사들이 태반이다. 특히 위장전입문제를 다루는 주무부서의 장관을 위장전입의 불법을 저질렀던 인사를 임명하고, 대기중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논문표절 혐의자를 지명했다는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직인선 기준이 얼마나 나이브하고 형편없는 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런 부끄러운 인사를 단행하고도 그 책임을 국민여론 탓으로 돌리는 대통령이라면 시쳇말로 기대할 것이 전혀 없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은 조직을 이끌고 있는 리더들의 숙명이다. 작게는 가정에서부터 크게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리더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그에 걸맞는 책임의식을 반드시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책임의식이 없는 권리행사는 필연적으로 독단과 독선을 야기시키고, 조직운영에 비민주적인 전횡을 촉발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딱 그짝이다. 인사실패에 대한 반성도 없고 책임의식도 전무할 뿐더러 오히려 인사참사의 원인을 남탓으로 돌리고 있다. 최악도 이런 최악이 없다. 따라서 대표팀의 경기력에 혹평을 날렸던 외신의 평가를 박근혜 대통령과 이 정부에 고스란히 치환시켜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재앙과도 같은 박근혜 정부의 1년 6개월',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거의 최악',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할 자격이 없는 사람',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방식은 코미디'라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결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그 토대위에서 실패를 거울삼아 미래로 나아가고자 할 때 희망이 있는 법이다. 필자는 실망스런 경기내용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대표팀보다 책임의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이 더 부끄럽고 창피하다. 책임의식이 없는 권리행사는 파렴치한이나 하는 짓이다. 이 정부에는 이런 자들이 너무나 많다. 아마도 많은 국민들이 이에 동의할 것이다.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출처:바람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