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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창극 총리 후보의 자진 사퇴로 막을 내렸다. 친일 옹호 및 미화를 비롯한 우리 내부의 이념적 극단성까지 두루 갖춘 그였다. 심지어 보수적 여론조차 적잖이 격앙된 반응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사필귀정이라 할만하다.
애초 행정을 통할하기에는 이를 수행할만한 경륜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었다. 더욱 큰 문제는 그간 그가 발표한 칼럼 내용으로 볼 때 매우 부적절한 사람이었음을 부인키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만일 국회 청문회까지 갔더라면 문창극 개인도 그렇거니와 새누리당 또한 만신창이가 될 게 뻔했다. 박근혜 정권을 향한 민심 이반도 더욱 극적 상황으로 치달을 개연성이 매우 높았다. 그로 인한 레임덕 가속화는 여권 내부의 자중지란을 부채질하고, 청와대는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져들게 훤했다.
문창극 파동을 통해서 적어도 우리 내부에 친일 매국의 그림자는 용인될 수 없다라는 긍정적 신호가 여전히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또 유효하게 작동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한 일로 여긴다. 필경 이는 자존감을 지키려하는 위대한 국민의 힘이며 그러한 승리로 평가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인사 참사를 낳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자기 정체성에 대해 거듭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두고 '털어서 먼지 나지 않을 사람 있느냐'라는 식으로 호도하며 본질을 희석하려는 간교한 부류도 적잖을 것이다. 그에 대해 일면 동의하는 바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러나 넘지 말아야 할 금도는 있게 마련이다. 똥을 치워야 하는데 똥통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사람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유능하고 비교적 자기 관리에 철저한 인물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국민 일반에게 별반 거리감없이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그러한 사람 말이다. 굳이 청백리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적어도 국민 일반의 정서를 읽고 아울러 삶의 고난과 그러한 질곡의 눈물 정도는 헤아릴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거듭 밝히지만, 문제는 박근혜 정권의 자기 정체성이다. 낡고 퇴행적이며, 부정 부패로 찌든 자가 아니면 각료로 기용할 수 없는 극명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이것이 스스로를 향해 족쇄를 채우고 있는 숨길 수 없이 불편한 사실이다. 이제라도 보다 폭넓게 인재를 찾아 국가 발전의 동량으로 가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