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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창극 후보가 사퇴했습니다. 처음부터 이럴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두 주 동안 버티고 나서 이렇게 나가는 동안에 별 일이 다 있었던 셈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문창극씨가 계속 버텨주었다면 친일 문제가 계속해 사람들에게 회자됐을 것이고, 7.30 보선 역시 친일 역사 단죄의 연장선상에서 치러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그가 조금 더 버텨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조금 안타깝(?)기조차도 합니다.
계속해서 문창극씨를 버티도록 놔 두는 청와대의 속셈에 대해 몇가지로 분석하고 예상해보고 했었지만, 이제는 그게 확실해졌습니다. 이 정권은 국민의 뜻을 읽는 능력이 제로라는 것.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국민의 뜻 자체를 읽고 싶어하지 않고, 무조건 자기들이 생각한 일방통행로로 달리고 싶어한다는 것. 이를 통해서 한가지 더 지적하자면, 소통의 의지가 없을 뿐 아니라, 소통의 능력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지적했던 대로, 이 인사는 '인과응보의 인사'였고, 문창극의 버티기를 통해 드러난 것은 이 나라의 친일 세력들의 밑바닥,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문창극을 지지하고 그를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리고자 했던 세력들의 면면을 보면, 친일부역세력과 극우 국가주의 세력의 정체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나라는 바로 친일 부역 세력의 과거를 덮고 지금 지배세력의 의도대로 운영되는 나라였다는 것까지도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거지요.
계속해서 터지는 사회적 참극들은 바로 이같은 소통 의지 부재와 사회적 지도의 역량 부재, 그리고 지도자들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도덕성 부재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바닥까지 내려가는 듯한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이 상황이 '끝이 아니라는 점' 입니다. 국가의 통치를 권력의 유지로만 알고 있는 근시안적이고 좁은 시각을 갖고 있는 지도자들이 계속해 권력을 잡고 있는 이상, 이 문제는 이제 또 하나의 커다란 나락으로의 문을 열어제친 것일 뿐, 해결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고의 틀이 유신시대에 고정돼 있는 인사들, 대표적으로 김기춘 같은 인사가 계속해 권력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라면, 지금 한국에서 미래라는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요원합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