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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국가가 굳이 군대를 유지하지 않아도 되는 국제 사회가 될 수만 있다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놓여 있는 현실은 실로 엄혹하다.
기계 문명은 날로 고도화된 세상 가운데 놓여 있지만, 국가주의의 탐욕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강대국의 영토 확장 야욕 또한 전근대적 행태에서 별반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피치 못하게 유지돼야 하는 군대라면 기왕 강한 모습이어야 한다. 외부로부터 국가의 영토와 주권을 수호하고, 또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마지막 보루로서 군대가 있어야 할 자리인 까닭이다.
전방에서 우리 사병에 의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10여 명이 넘는 사상자가 생겼다.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는 수십 발의 실탄을 소지한 체 달아난 상태다. 더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라지만, 상황은 그리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여기서 각별히 유념해야 할 점은, 군대 내에서의 모욕적인 언행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규율이 요구된다. 혹독한 육체적 훈련은 견딜 수 있지만, 정신적 모멸감은 참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아무 대가없이 의무적으로 군인의 길을 강제 받고 있음을 감안할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
사상자에게 나타난 총상 흔적으로 미루어 볼 때, 조준 사격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적의를 품고 감행된 의도적 총기 사고일 수 있다라는 뜻이다. 심적으로 극도의 고통을 겪다 못해 발생한 참담한 사건으로 여겨진다.
사병 개개인의 자존감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강한 군인 혹은 막강 군대가 될 수 있는 요건에 대해 정부 당국의 획기적인 방향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술적 발전과 함께 정신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토대 또한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일이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