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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에서 또 하나 눈길가는 결과가 있다면 역시 뭐니뭐니해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의 압승을 들 수 있겠다. 17개 광역단체의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은 대구,경북과 울산 그리고 중도성향 후보가 당선된 대전을 제외한 13곳에서 당선자를 내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선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이 각기 9곳과 8곳에서 당선자를 냈고, 기초단체장과 광역의회 선거는 오히려 새누리당이 이긴것을 감안한다면 꽤나 눈길가는 ‘교육감 선거’에서의 이변이라고 말할수도 있는 결과다.
이와같은 결과에 한껏 고무된 탓인지 일부 진보 지식인들은 트윗이나 자신의 블로그등에 지방선거 교육감선거 결과에 대해 ‘유권자들이 미래를 선택했다’느니 ‘교육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새로운 진보의 시대에 대한 갈망을 담은 결과가 나왔다’느니 하며 꽤나 흥분된듯한 표현으로 교육감 선거 결과를 평가하기도 했다. 적어도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새로운 진보의 시대를 열수있는 희망의 빛이라도 본듯한 분위기라고나 할까.
사실 필자는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전문지식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함부로 왈가왈부할만한 입장이 되지 못 하는 사람이다. 이른바 특목고나 자율형 사립고 혹은 혁신학교 문제등도 어느쪽이 더 나은 제도인지 잘 알지 못하며, 전교조 논란에 대해서도 그네들의 역사관 문제 정도를 제외한다면 깊이있게 토론할만한 자신도 없다.
다만 세상이치가 모두 동전의 양면성이 존재하고 어떤 제도나 시스템도 모두 일장일단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설사 진보 교육감들이 압도적으로 당선된 선거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개혁방향으로 무조건 몰아붙이기만 한다면 또다시 위험한 결과를 나을수도 있다는 점을 조금만 경고하고자 한다.
이번 교육감 선거 진보진영의 압승을 놓고 한편에선 ‘보수진영의 분열 탓’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압승의 결과를 평가절하하고자 하는 의도도 어느정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교육감 선거의 준비과정을 보면 진보진영은 한사코 ‘단일후보’를 내고자 기를 썼던 반면에 보수진영의 경우 가령 시골에서 나이드신 어르신들의 경우엔 광역단체장등은 반드시 ‘새누리당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교육감 선거의 경우엔 ‘아휴, 그건 나도 잘 몰라. 그냥 아무나 찍어 !’ 그렇게 그분들끼리 말씀하곤 하셨다는 증언을 필자도 몇건 청취한바 있다. 한마디로 전체적으로 ‘진보진영’에 비해 ‘보수진영’은 특히 저학력,고령층등에서 교육감 선거에 대한 표 결집력이 현저히 떨어졌던것만은 분명한 사실인것 같다.
이번 교육감 선거 당선자 득표율을 살펴보면 전통적으로 진보세가 강한 호남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중 인천 이청연(31.8%), 제주 이석문(33.2%), 충남 김지철(31.5%), 부산 김석준(34.6%)등은 상대적으로 30퍼센트 초,중반대의 낮은 득표율을 보였고,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강원(민병희 46.4%)과 충북(김병우 44.5%)에선 오히려 40퍼센트 중반대의 높은 득표율을 보여 눈길이 가기도 한다. 그 외 서울 조희연 39.0%, 경기 이재정 36.5%, 세종 최교진 38.1%, 경남 박종훈 39.4% 등의 득표율을 보였다. 열곳의 진보 교육감 당선자 득표율 평균치를 내보면 평균 36-37% 정도다.
적어도 득표율면에서는 진보 교육감을 선택하지 않은 유권자가 지역에 따라 최소 55퍼센트 정도에서 최대 70퍼센트 가까이에 이른다는 이야기다. 이 점을 진보진영은 분명히 유념해야할 필요가 있다. 보수진영의 분열 내지 표 결집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평균 37% 교육감 당선자가 탄생했다는것. 어찌보면 양김의 분열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었던 13대 대선때와 흡사한 상황이라 볼수도 있다. 당시 노태우 후보의 득표율이 우연치고는 묘하게도 이번 진보 교육감 당선자 득표율의 평균치와 흡사한 36.6%다. 당시 YS가 28%, DJ가 27%를 얻어 양김의 득표율을 합산하면 노태우의 득표율을 20퍼센트 가까이 상회한다. 그리고 이와같은 대선때의 분위기와 여파가 아직은 남아있을 시점이라 봐야할 넉달후의 총선에선 야당이 압승 헌정이래 최초의 국회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펼쳐지기도 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이번에 당선된 ‘진보 교육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것은 13대 ‘여소야대’ 시절의 노태우를 조금은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싶다. 적어도 직선제로 선출된 노태우 대통령의 경우는 전두환씨와 다른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야댱과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인정했던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박철언,김복동씨등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김영삼,김대중의 민주화 운동도 다 나라를 위해 한 일인데, 그 사람들도 대통령할 기회 한번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지 않은가.
‘진보 교육감’들과 그 주변 측근들의 정치성향으로 미루어 짐작해볼때, 노무현 말고 ‘노태우를 본받으라’는 이야기 아마 매우 황당하게 들릴것이다. - 솔직히 “난데없이 웬 정신나간 작자가 나타나서 헛소리를 하나 ?” 이런소리나 안 들으면 다행일것이란 생각을 하고있다. -.-;; - 허나 필자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며 그들과 소통과 대화를 하며 정국을 이끌어가려 했던 ‘노태우의 경우’를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싶은 것이다.
만약 노무현 정권 시절 노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처럼 오로지 자신들의 개혁정신과 방향만이 옳다며 무조건 자신들이 하는대로만 따라오라는 ‘일방주의와 독선’으로 나간다면 ‘진보개혁’은 반대진영은 물론 중도층의 민심까지도 잃어버려 노무현 정권 시절의 처절한 실패의 결말과 똑같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진보진영이 갖고있는 교육개혁의 마인드가 얼마나 숭고하고 거룩한 가치인지 필자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상대진영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그들과 소통과 대화를 하지 않은채 오로지 자신들의 개혁정신만이 옳다며 독선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그때는 실패하게 될것이란 경고를 하고자 하는것이다.
‘13인의 진보교육감’이 이끌고갈 앞으로 4년의 이 나라 교육계가 그 어떤 유토피아나 지상낙원을 만들어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앞으로 4년의 시간이 그래도 우리나라 교육현장이나 교육계가 ‘조금은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4년후 유권자들은 진보 교육감들을 다시금 신임하며 그들에게 또다시 기회를 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4년의 시간이 반대진영과 계속 부딪히기만 하며 분란과 갈등만 더더욱 조성하는 시간이 된다면 4년후 ‘진보 교육감’들은 유권자들의 처절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평균 37%의 득표율로 당선된 ‘13인의 진보 교육감’들에게 당부하고픈 이야기는 오로지 자신들의 개혁정신만이 옳다며 무조건 독선으로 밀어붙이려 하지 말고,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다른 유권자들의 목소리도 기울이며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하며 대화와 소통의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진보 교육감’의 시대가 정녕 ‘성공’으로 평가받고자 한다면 그 길은 바로 그곳에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