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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행된 5만 원권 회수율이 고작 27.7%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는 누군가의 비밀 금고 안에 모셔져 있다는 뜻이다.
그간 발행된 5만 원권 총액은 44조 4767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45.7%만 회수된 상태다. 그렇다면 대략 25조 원 가량의 천문학적인 금액이 어딘가에 비밀스레 쌓여 있는 셈이다.
그런데 올해 유독 회수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고보니 6.4 지방선거가 있었다. 그렇다면 공천 대가로 뭉칫돈이 오간 때문일까? 혹은 신사임당을 사모해서 벽에 온통 도배를 한 탓일까?
예금 또는 예탁하기 곤란한 이유로 어딘가에 현금 다발로 쌓아 놓은 돈이 국가 1년 예산 규모의 어느 정도에 맞닿아 있을까? 돈이 없어서 복지 확충이 어렵다는 말도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인 셈이다.
여기서 문득, 정치인 및 고위 공직자의 재산 신고란 것이 과연 진실한 것일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매우 회의적인 전망이 자연스레 가능해진다.
그러나 혹은 모를 일이다. 어디 고구마밭에 심어서 넝쿨치기를 하고 있는지, 또는 마늘밭에 심어서 마늘쪽 불리기 매진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물론 확인할 방도는 없다.
5만 원권도 그렇지만, 1백불짜리 달러 뭉치로 보관 중인 사람도 허다할 것이다. 자금 추적을 피해 대한민국 안에 맥없이 잠들어 있는 전체 화폐의 총량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여기서 해외 재산 도피는 그나마 열외다. 지금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