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법원 아르헨티나를 외면하다
2014년 6월 16일 미국 대법원이 아르헨티나에 엄청난 파장을 줄 결정을 내렸다. 미 대법원이 부이트레 소송에 대해 아르헨티나 정부의 입장을 외면하고 부이트레 채권에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 법원의 1,2심 판결에 불복하고 대 법원에 상고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부이트레 소송에 대해 미국 대법원이 의제로 채택하지 않아, 아르헨티나 정부가 채권자에게 13억3천만 달러를 상환하라는 하급 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아르헨티나에 부정적인 이 판결 결과 아르헨티나 국가 위험 지수가 상승하고, 주식과 채권이 급락하였다. 아르헨티나 주식 시장 메르발(Merval)이 16일 하루10.1% 하락하고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아르헨티나 주식이 최고 20.5%까지 폭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불 가격이 급 상승하고 은행간 금리가 기존의18%에서 24.5%가지 오르는 등 금융가에 일대 폭풍이 몰아친 것이다.
필자는 지난 글에서 아르헨티나 정부가 파리클럽 협상 이후에 남은 외채 문제는 12일에 있을 부이트레 채무에 관한 것이며, 미국 대법원이 이 건을 의제로 받아드릴 경우, 그리고 미국 정부 중재와 마지막으로 미국 대법원이 이 안건을 정식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 대법원은 결국, 아르헨티나에 치명상이 되나 채권단에게는 가장 바람직한, 안건을 취급하지 않은 결정을 한 것이다. 이번 미국 대법원의 결정으로 채무자인 아르헨티나 정부는 13억3천만 달러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게 되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채무 조정에 합의했던 기존의 93% 상당의 채권자들도 모든 채무를 동일 조건으로 취급한다는 ‘동일한 지위(pari passu)’ 조항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브이트레 채권의 진행 경과
아르헨티나는 2001년 12월 23일 당시 로드리게스 사아 대통령이 1천20억 달러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다는 디폴트 선언을 하였고, 2003년 9월22일에 외채 943억 달러의 75% 탕감을 요구하는 계획안을 제출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2005년 3월에 채권 76%가 참여하는 810억 8천만 달러의 채무 65.4%를 탕감 받는 제 1차 채무 조정을 실시하였다. 여기에는 약 200억 달러 상당 채권이 채무 조정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2006년 1월3일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의 총 채무 95억 달러를 중앙은행 보유자금으로 전액 상환하였다. 2010년 6월에 이제까지 조정에 응하지 않던 200억 달러 중, 66%인 120억6천700만 달러 상당의 채권이 제 2차 채무 조정에 동의하여, 약 80억 달러 가량의 채권자만이 동의하지 않고 남아있게 되었다. 2005년과 2010년 2회에 걸쳐서 채무 조정에 합의한 총 채무는 전체의 92.4%로, 이들 채권자들은 평균 65%를 아르헨티나 정부에 탕감해 주는 채무 조정을 실시한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2년 2월에 잔존 80억 달러 채권자가 13억3천만 달러 상당의 이자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하였고, 고등법원을 거쳐서 이번 2014년 6월16일 대법원에서 하급법원의 판결을 확정 받은 것이다.
한편, 2012년 10월30일 당시 아르헨티나 경제 장관인 에르난 로렌지노(Hernán Lorenzino) 가 정부의 채무 조정에 응하지 않은 이 채무에 대해서는 일체 상환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11월22일 미 연방 법원의 토마스 그리에사(Thomas Griesa)판사가 2001년부터 연체 된 채무 13억 달러를 12월15일까지 상환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동년 11월 26일 아르헨티나 정부는 상급 법원인 뉴욕 고등 법원에 항소하였다. 반면 2013년 4월 19일 아르헨티나 정부는 잔존 채권자들에게 2005년과 2010년 같은 조건으로 채무 조정을 제안하였으나 채권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6월25일 아르헨티나 정부가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이번2014년 6월14일 대법원에서 이 안을 다루지 않는다고 거절하였다. 결과로 아르헨티나 정부는 강제에 의해 이 채무를 이행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다시 디폴트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아르헨티나 가능한 조치와 향후 전망
부이트레 채권자 그룹은 이번 미국 대법원의 결정을 기화로 법원에 채권 추심에 대한 독촉을 한다는 보도다. 이 사태로 자본 시장에 심한 혼돈을 가져온 16일 밤 9시 크리스티나 대통령은 전국에 방영되는 특별 회견을 통해서, 미국 법원의 부이트레 채권에 대한 강제 지급 명령은 강탈행위와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향후에 채무 불이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단 지난 2005년과 2010년에 아르헨티나 정부와 채무 조정을 한 채권자에 한해서 채무 상환을 이행 할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무를 적극적으로 상환하기 위해 렙솔과 YPF몰수에 대한 보상에 합의했고, 파리 클럽의 채무 이행 협상도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탈에 해당하는 부이트레 채무에 대해서는 상환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며 디폴트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미국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하루 동안에도 아르헨티나 정부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사건이다. 정부는 이 건에 대해 처음 부터 무시 작전으로 나갔고 미국 정부와 국제 사회의 아르헨티나 입장에 대한 지지를 기대했었다. 미국 대법원의 판결이 나기 이틀 전인 6월 14일 볼리비아에서 개최된 ‘개도국 G77+중국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크리스티나 대통령은 부이트레 채권에 대하여 참석국가들의 관심을 특별히 부탁하고 공동 성명에 포함 시킬 것을 주장한 바도 있다.
2013년 말 부터 경제 위기를 겪은 크리스티나 정부는 과거의 폐쇄 정책에서 벗어나, 금년부터 국제 금융계를 통해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렙솔에 대한 보상과 파리 클럽 채무에 대한 협상도 마무리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이런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여 아르헨티나 정부가 큰 곤경에 처한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이 조치가 아르헨티나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한다. 미국 법원의 조치에 따라서는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단 금년 말까지로 시한이 정해진 ‘동일 한 조건(Pari passu)’ 조항을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서 아르헨티나에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현재 아르헨티나 크리스티나 정부가 처한 이 엄청난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박채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