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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치른지 어느덧 열흘 이상이 지났지만, 개인사정으로 그동안 좀 바빴었기 때문에 조금 뒤늦게 이번 6.4 지방선거에 대한 총평을 하게 되었다. 사실 너무 늦은감이 있어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논평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분명히 좀 짚고 넘어가야할 중요한 문제가 없는것이 아니라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야할 필요성이 있어 다소 늦게나마라도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글을 쓰게되었다.
이번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8곳, 새정치연합은 9곳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언론은 여기에 ‘무승부’ 하지만 사실상 ‘새정치연합’의 승리에 다소의 무게와 의미를 두는 판정을 내렸다. 확실히 야당인 새정치연합측도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선 대체로 ‘승리’라 자평하는 분위기인것 같다. 지방선거 결과. 광역단체장 승리지역 색깔이 TV화면에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를 이긴 모양새다. 무엇보다 강원과 충청권을 석권한 호남 텃밭의 새정치연합 색깔(파랑)이 영남의 맹주이면서 경기와 인천에서 승리를 거둔 새누리당 색깔(빨강)을 갈라놓은 느낌이 들어 광역단체장 승리지역 색깔로만 보면 확실히 ‘새정치연합’의 승리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보이는 누더기를 광역단체장 승리지역 색깔이 확실하게 덮어놓고 있어 ‘새정치연합’ 지지자들 상당수가 이번 지방선거를 승리했다는 ‘착시현상’을 너무 오래 느끼고 있는것 같다.
1. 새정치연합. 기초단체장과 광역의회에선 패했다 !
사실 역대 지방선거를 봐도 언론의 주된 관심사는 결국 광역단체장 선거고 그중에서도 특히 여야 거대양당이 자웅을 겨루는 ‘수도권 승부’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대체로 광역단체장 선거중에서도 ‘수도권 승부’가 어찌 났느냐에 따라 그 해 지방선거 승부여부는 판명이 나곤 했다. 2010 지방선거의 경우엔 한나라당이 수도권중 서울시장과 경기지사에서 당선자를 냈지만 서울은 0.6% 박빙승부였고 기초단체장,광역의회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었기 때문에 수도권에서도 사실상 ‘민주당 승리’였다고 언론이 판정을 내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다르다.
확실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은 새정치연합의 압승이었다. 박원순이 13퍼센트 차이로 현대 재벌3세 정몽준을 따돌리고 무난한 승리를 거두었고, 구청장과 광역의회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두었다. 경기의 경우엔 김진표 후보가 아깝게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에게 패했지만 여기서도 기초단체장과 광역의회에선 새정치연합(기초단체장 17곳, 광역의회 72석)이 새누리당(기초단체장 13곳, 광역의회 44석)보다 많은 당선자를 냈다. 하지만 강원과 충청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울과 경기 기초단체장,광역의회의 승부가 이와같은 반면 정작 새정치연합이 광역단체장에서 이긴 강원과 충남북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는 반대로 기초단체장과 광역의회에서 새누리당 승리다. 먼저 안희정 후보가 정진석 후보를 무난한 표차이로 따돌리고 이긴 충남을 보면 기초단체장에서 새누리당이 9곳, 새정치연합이 5곳, 광역의회에선 새누리 28석, 새정치 8석. 대체적으로 새누리당이 우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역단체장에서 새벽녘까지 진행된 개표에서 박빙승부를 보이다 힘겨운 승리를 거둔 강원과 충북을 보면 우선 충북은 기초단체장의 경우 새누리 6곳, 새정치 3곳, 광역의회에선 새누리 19석, 새정치 9석이다. 원래 보수성향이 짙은 강원의 경우 기초단체장에서 새누리가 무려 15곳에서 당선자를 낸 반면 새정치연합은 단 한곳, 광역의회에선 새누리 34석, 새정치 4석으로 그야말로 압도적인 새누리당 승리다. 강원과 충청만이 문제가 아니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이던 호남도 심각하다. 여기선 무소속이 강세를 보였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전남은 8곳, 전북은 7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나마 광역의회 선거에서는 그래도 새정치연합이 대다수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어 체면치레를 한 셈이다.
이런 상황이니 광역단체장 승리지역 색깔을 놓고보면 새정치연합의 승리같지만 한꺼풀 벗겨 기초단체장이나 광역의회 승리지역을 놓고 색깔을 칠해보면 어찌될까 ? 그야말로 새정치연합 입장에선 ‘누더기’가 되어버리는 한심한 결과가 나오는것이 이번 6.4 지방선거 새정치연합의 기초단체장,광역의회 선거결과다.
2. 강원,충청권 차세대 지도자가 없다 !
필자는 지방선거가 있기 석달전쯤 이미 새정치연합에 2018년 이후에 내보낼만한 마땅한 강원,충청권 광역단체장감이 없음을 지적하며 지금부터라도 강원,충청권 차세대 지도자감을 키울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바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우려는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http://www.kookminnews.com/atc/view.asp?P_Index=6372
사실 2017년 대선 결과가 어찌 나올지도 알 수 없는 판에 그 반년후 벌어질 2018년 지방선거때의 상황을 예상해보는것은 매우 무리가 따르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정치도 결국 먼 미래를 내다보며 해야하는 일이니 만큼 2018년 혹은 그 이후의 일들을 지금부터 미리 대비해보는것도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일단 2017년 대선결과와 상관없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모두 2018년 3선에 도전하지 않거나 도전할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서울시장 문제는 일단 뒤에서 다시 구체적으로 논하기로 하고 안희정 충남지사가 3선에 도전하지 않을 경우 새정치연합은 충남에 마땅히 내보낼만한 주자가 없게된다. (* 김문수 경기지사가 3선에 무난히 성공할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세력 확보 문제 때문에 결국 3선도전을 포기했음을 생각해본다면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차기나 차차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충남지사에 3선까지 나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새누리당에서 이번에 안희정 대항마로 거론되었던 인물들 면면을 살펴보면 일단 구시대 인물로 봐야할 이인제,이완구 정도는 제외한다 치더라도 정진석,이명수,홍문표 모두 2018년에 새누리당 후보로 도전이 가능한 인물들이다. 이때 안희정이 빠진 충남에 과연 새정치연합이 이와같은 새누리당 예비후보군에 맞설만한 경쟁력을 갖춘 충청권 인물이 있는가 하는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일이다.
강원과 충북은 최문순 지사와 이시종 지사가 모두 초박빙 승부 끝에 가까스로 재선 턱걸이에 성공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 두 사람이 2018년 3선에 성공할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보면 이시종 후보에 근소한 차이로 패한 윤진식 후보의 경우엔 그래도 대신 충청권 차세대 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느낌이며(2018년 지방선거때 윤후보가 재도전 할 경우 꽤 만만찮은 경쟁력을 보여줄것 같다.) 강원지사 선거결과의 경우 최흥집 후보가 4월초까지만 해도 최문순 지사에 약 15퍼센트 이상 차이로 지지율에서 뒤지는 무명의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선거결과에선 끝까지 승부를 예측할수 없는 초박빙 결과를 보여주었다는것은 전통적 보수강세지역인 강원에서 새누리 지지층의 결집도가 여전히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 결과다.
따라서 지금부터 4년후인 2018년 지방선거 결과를 예측해본다면 이번에 새정치연합이 휩쓸었다고 자부하는 강원,충청권의 4년후는 빨간불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줄로 간단하게 요약하면 새누리당은 2018년에 얼마든지 내세울만한 강원,충청권 인적자원이 풍부하지만 새정치연합은 강원,충청권에 그만한 경쟁력을 갖춘 광역단체장감이 전무하다시피 하다는것이 취약점이다.
3. 서울은 괜찮은가 ?
201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몽준 후보를 13퍼센트 차이로 따돌리는 압도적 승리에 힘입어 서울을 싹쓸이했다. 25개 구청장중 20곳에서 당선자를 냈으며 광역의회에서도 전체 지역구 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