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점심시간, 오늘은 비가 옵니다. 시애틀을 촉촉히 적시는 빗속을 걷는 것이 처량하지 않은 것은 이게 곧 여름이 올 것을 알리는 늦봄의 비, 꼭 필요했던 비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장 잔디밭에 물 주지 않아도 되는 것도 괜찮은 일이고. 약간 어깨가 젖긴 해도, 재킷을 입지 않은 채 우편배달을 하는 편을 택했습니다. 방수 헬멧에 가끔씩 떨어져 똑똑 소리를 내는 낙수들이 오히려 신선하게까지 느껴집니다. 들숨 속에 느껴지는 연록의 내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는, 그런 날입니다.
점심 먹으러 들어와 인터넷을 살펴보면서 이런 기사를 찾아 읽었습니다. 경향신문의 기사입니다. 원문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6131433281&code=940100&nv=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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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미화가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미화는 13일 트위터에 “법원에 다녀왔다. 허위사실에 기초해 저에 대해 종북친노좌파라며 악의적으로 명예훼손한 변희재 대표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변씨의 종북몰이 헛소리들이 제 생활비에 큰 보탬이 될듯하다. 이 소송 후에도 한건 한건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변씨는 김미화를 향해 ‘친노좌파’라 부르며 자신의 주장을 밝혔고, 김미화는 이날 법원에 정식 고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변씨는 2010년에 ‘김미화는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과대망상증 혹은 피해망상증 수준이다. 이런 수준의 논객이라면 KBS에서 당연히 출연시켜선 안 되며 KBS는 김미화의 사례와 똑같이 신속하게 법적 대응해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변씨는 미디어워치에 ‘친노좌파 김미화 석사 논문 표절 혐의 드러나’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김미화는 당시 “제 논문과 친노좌파가 무슨 상관이기에 이렇게 정치적으로 엮어서 기사를 쓰는지 몹시 불편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논문의 부적절한 재인용 내지 옮김으로 인하여 논문 전체가 표절로 판명되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기꺼이 징벌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당시 논문 표절 의혹으로 김미화는 진행 중이던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으며, 이후 성균관대학교는 해당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인 끝에 같은 해 10월 “표절로 보기 어렵다”고 논란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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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서 저를 실소케 한 것은 '친노 좌파'라는 말이었습니다. 친노가 좌파라. 노무현 대통령은 적지 않은 개혁정책을 실시했고 나름 그 개혁들이 성과를 갖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큰 실수로 지적되는 부분 중 하나가 신자유주의의 확대입니다. 그리고 "권력은 이미 시장에 넘어갔다"는 말로 자본의 권력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재직시엔 기업 대표들과 함께 러시아에 다녀오기도 하는 등, 친 기업적인 정책을 편 것도 사실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은 개혁적 우파의 것이었지, 절대로 '좌파'로 불리울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가 펼쳤던 정책 중 저는 어떤 것이 '좌파의 정책'인지를 오히려 되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변희재씨가 김미화 씨를 두고 '친노 종북'이라고 말한 것은 결국 그의 생각의 틀 자체를 드러낸 것이지만, 또한 한국에서 좌파가 설 자리가 얼마나 좁은가를 보여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극우들의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극우들은 자기보다 약간만 왼쪽에 서 있다면 모두 '좌파'로 보는 비뚤어진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분단은 우리에게 비뚤어진, 편협한 시각을 강요합니다. 그리고 극우가 권력을 갖고 있을 경우에 사회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시간을 살아가는 지금 한국인들 대부분에게 뼈저리게 실감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단이 극복되어야 민족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저들에겐 '민족주의자'로 비춰지지 않고 '좌파'로 비춰집니다. 민족주의와 좌파, 그리고 친노와 좌파. 이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것을 동치시킬 수 있는 억지의 근거가 바로 분단의 현실입니다. 이래저래 분단은 우리를 바보로 만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의 문창극 총리 내정이나, 혹은 이번에 이뤄진 각료진 내정은 어쩌면 필연인지도 모릅니다. 분단의 이데올로기에 중독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아마 지금의 몰상식이 정상으로 보이겠지만, 적어도 그냥 이 21세기를 상식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지금 모습은 분명히 몰상식이 상식이 되어버린 사회일 것입니다.
원칙과 상식이 주인되고,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 노무현 대통령이 원했던 이 짧은, 그러나 그 안에 올바른 민주사회의 원칙이 다 포함돼 있는 이 문장 안에는 분명히 노무현 대통령의 염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상식이 담긴 염원이 '좌파'로 불리우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를 우파라 부르는 이들의 무지를 생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김미화씨의 소송 승리를 빌어 봅니다. 그것은 상식의 승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