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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다.”라는 말이 있다. 성서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무렴 그럴까?”하고 이 말의 뜻을 실감하지 못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벼라 별 감정을 다 느낄 때가 있다. 어느 날엔 “하루 세끼 밥 먹으며 살아온 것이 하루도 다르지 않다. 그런 날이 어느 덧 40년이 지났네. 50년이 지났네.”하며 자탄한다. 역시나 힘든 처지에서는 1분이 10년 같고 긴긴 하루가 백년 천년 같기만 하다. 시간이란 이렇듯이 사람에 따라서 찰나와 영원을 체감하는 기준이 다 다르다.
역사적인 시간도 마찬가지다. 2000년 6.15일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감격스런 날이었던 것이 서로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던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얼싸안았으니 말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흔드는 모습이 TV화면을 통해서 비췄을 때 만감이 교차하다 못해서 감회가 새롭고도 감탄에 겨워 어쩔 줄 모르게 기뻤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6.15일 이 하루가 분단 55년 세월의 무게와 맞먹을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6.15가 어느덧 14주년이 됐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6.15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세계가 보는 앞에서 남북의 정상이 만나서 국가적인 합의로 이루어진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 같은 6.15행사가 열렸다. 올해가 14주년째인 6.15공동선언기념 학술토론회를 개최한 곳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학술본부로서 국가인권위원회 8층 배움터 2시에서 5시까지 3시간 동안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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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성 6.15 남축위원회 할술본부 상임대표가 ‘6.15 외면하는 대통령 필요 없다’라는 제목으로 개회사를,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6.15선언은 반드시 실천되어야 한다’라는 주제로 축사를, 조영건 명예위원장이 ‘6.15공동선언의 이행은 통일의 길이다’라는 격려사를 해줬다. 이들의 특징은 민족의 통일문제에 천착하고 있는 원로들의 발표문이라서 그런지 모두가 수준 높고도 알찬 내용이었다.
이어서 토론회의 제 1 발제는 <6.15 공동선언 실천의 걸림돌과 디딤돌>이라는 주제를 -정치경제분야 측면에서- 한국디지털대학교 김대규 교수가 해줬고 이에 대한 토론은 이채언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가 맡았다. 제 2 발제는 소설가이자 정치평론가인 대 논객 김갑수 선생이 <6.15선언 실천을 방해하는 ‘걸림돌’들> -언론과 지식인 그리고 미국-이라는 부제로 발제를 이어나갔다. 제 2 주제의 토론은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이 맡았다.
이번 6.15학술토론회는 시종 진지하고도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식견과 주관이 뚜렷한 사회 원로들이 6.15정신에 행여 누가 될세라 자신들의 역량을 총 집중하여 공을 들인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질의응답 순서에서도 사회를 맡은 민족통일문화연구원 이서행 원장의 원만한 진행으로 긴장감과 흥미진진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상호토론회가 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진철문 씨의 “우리민족의 살길은 6.15공동선언 실천뿐이다”는 결의문 낭독과 함께 아래와 같은 결의사항을 채택하였다.
하나 대북비방을 중단하고 6자회담 소개하라
하나 무분별한 한.미.일 동맹 강화를 반대한다
하나 갈등 키우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하라
하나 [5.24 조치] 해제하여 남북 경협 강화하라
하나 보안법을 폐지하고 공안 탄압 중단하라
2014년 6월 12일
6.15공동선언 14주년기념 학술토론회 참가자 일동
박정례/ 기자, 르포작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