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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사랑의 다리'로 알려진 프랑스 빠리의 명물 퐁데자르 다리의 난간 일부가 연인들이 채웠던 자물쇠 무게를 견디지 못해 결국 일부가 무너졌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솔직히 웃음이 나오는 걸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이 다리에 채워진 그 사랑의 자물쇠들과는 달리 그 자물쇠를 채웠던 연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자기들의 사랑을 지켜냈는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적지 않은 사람들은 자물쇠를 한 개가 아니라 몇 개씩 채웠을 거라는 게 제 짓궂은 생각이긴 합니다만.
그 '지키지 못할 약속'의 무게 때문에 안전을 지켜내야 할 다리의 난간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상하게 뭔가 다른 모습이 겹쳐 보이면서 또 짓궂은 웃음을 지어야 했습니다.
그것은 민생과 사회 통합을 위한 총리 인선을 하겠다는 약속만 해도, 결국 극우 인사를 갖다 앉히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를 하면서 어겨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채운 약속의 자물쇠가 얼마나 '정권이라는 시스템'에 주렁주렁 달렸는가 하는 생각을 안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씨가 대통령 후보였던 시절부터 국가의 시스템이란 난간에 얼마나 많은 약속의 자물쇠들을 채웠습니까. 그것들이 어떻게 주렁주렁 매달려 지금 국가라는 시스템 자체를 위태하게 만들고 있습니까. 이런 걸 생각하니, 자꾸만 제 얼굴에선 짓궂은 웃음이 떠나질 않네요. 그러다가 그 웃음이 천천히 실소가 되고 찌푸림이 되고 분노가 됩니다.
세월호 참사의 민심 앞에서 조금은 쫄았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선 아직도 약속 따위 지키지 않아도 되겠다는, 조금은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졌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그렇게 무거운 자물쇠들이 정권의 시스템의 난간에 매달리면, 국민이 그걸 견디고만 있을 것 같습니까?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