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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왕년에 딴지에서 명함을 하나 팠었다. 2002년 여름이었다. “이제 힘든 일은 ‘부르르’에 맡기시고 당신은 키스에만 집중하세요!”라는 홍보문구가 딴지 마빡을 요란하게 장식하던 무렵이었다. 내가 그때 맡은 직책이 ‘딴지일보 대통령선거대책본부장’이었다. 주요 정당의 대선 주자들을 모조리 불러서 현판식도 거행하는 것을 포함해 나름대로 뻑적지근하게 일을 벌여볼 심산이었는데, 뭔가 아귀가 맞지 않아 ‘서프라이즈’라는 사이비종교 사이트 개설로 업종을 전환하고 말았다.
그 후 몇 년의 세월 동안 별놈의 일들이 다 생겼다. 그 별놈의 일들 가운데 압권은 호남과 서민의 지지로 탄생한 정권이 영남과 부자들에게 백기투항을 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만들어준 정권을 저들은 엉뚱한 놈들에게 봉헌하고 만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준 정권을 봉헌한 자들과, 그 정권을 봉헌 받은 놈들이 또다시 정치판의 중원을 독차지하고서 ‘그들만의’ 서바이벌 게임을 펼치려고 한다. 나는 이를 이 시대의 ‘거대한 협잡’이라고 부르고 싶다. 후세의 역사가들 또한 친노와 친이 친박 연합군의 요 거대한 협잡을 ‘희대의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기록하리라.
그 대국민 사기극의 본질을 파헤친 사람들의 목소리는 아직은 한국사회에서 대단히 작고 약하다. 야바위판의 한 편은 조중동이다. 또 다른 한 편은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다. 박근혜의 지지율 30프로와 유시민의 지지도 15퍼센트는 이 대국민사기극에 가담하고 있는 다섯 개 매체들의 시장 점유율이나 여론상의 영향력과 대략 비슷하다. 박근혜와 유시민의 지지율을 합산하면 곧 치러질 지방선거 투표율과 얼추 근접하게 나올 게다.
야바위판의 사기성을 고발한 진보신당 심상정 씨가 어제 다구리를 당했다. 심상정이 한두 번 당하는 집단 린치가 아니겠기에 그냥 모른 체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문제는 사건의 가해자였다. 결과적으로 딴지일보가 다구리를 놨던 당사자 가운데 한 축이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한테 얻어먹은 국물의 기억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진보적 언론인의 탈을 쓴 사기꾼들의 악취가 진동하는 한겨레는 굳이 언급할 가치조차 없을 터.
딴지 정신의 본질은 강자의 횡포에 딴죽을 놓는 데 있다. 강자에게 딴지를 거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딴지 정신이라고 믿는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져 여성용 자위기구를 파는 한이 있더라도, 그게 변방에서 초근모피로 연명할지언정 더러운 중심으로 진입하기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진짜 아웃사이더들이 견지해야 마땅할 진정한 자세다.
약자에게 다굴 놓는 짓거리는 조중동이 벌써 전문적으로 영위하는 분야다. 민주정부 10년간 대한민국에서는 친노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득권세력이 탄생하였다. 이 신흥귀족들과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는 이미 붙어먹은 지 오래다. 딴지마저 구귀족과 신귀족 사이의 싸움판에서 구전이나 챙길 요량이라면 ‘딴지’라는 브랜드는 내려놓길 바란다. 총수의 결단을 기대한다. 내가 살다가 총수 다굴 놓는 일도 생기다니.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