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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과 저같은 해외동포들까지도 세월호 사고로 거의 넋을 놓고 가슴 아파하고 있는 사이에 일본이 오바마 대통령 방일 하루 전날에 주변국들을 자극하는 행동을 또 저질렀습니다. 어쩌면 '도발'로까지 봐야 할 이 상황은, 아베 일본 총리가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봉물을 바치는 행위를 했고, 일본의 정치인들이 단체로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인데, 이것이 가져올 파장은 우선 오바마가 구상하고 있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부활이 앞으로도 삐걱거릴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며, 또 극우화하고 있는 일본이 지금 미국의 간섭 없이도 군국주의의 부활이라는 자기들의 궁극적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잘못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이 지역에 국제정치적, 군사적 긴장을 향후 계속 높여갈 것이란 겁니다.
마치 이에 답하기라도 하듯,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만일 핵실험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여기에 대한 국제적 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이며, 우리 뿐 아니라 주변국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한국을 바로 둘러싸고 있는 북한과 일본의 이런 행동이 이렇게 거침없이 나올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겁니다. 이것은 분명히 두 세력 모두 한국을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이런 이상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과연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미 국정원의 간첩 공작, 그리고 그에 앞선 대선에 대한 부정개입 등으로 정보기관이 총체적으로 자기 할 일은 안 하고 정치에 휘둘리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중국의 자국 공문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던 것 등을 통해서 우리의 잠재적 적들은 한국의 정보력이 실제로 아무것도 아니며,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간파하고도 남았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번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한국이 국가 위기 관리 능력이 전무하다는 것, 그리고 국가 시스템이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정권안보를 중심으로만 돌아간다는 것도 재삼 확인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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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북한이나 일본은 한국 당국을 어떤 식으로 여기겠습니까. 김대중 대통령은 평화를 늘 이야기했지만 서해교전을 통해 우리가 단호히 대처할 힘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역사인식상 잘못된 모습을 보여주면 바로 엄중하고 단호한 어조로 일본에 강력히 항의하고 그들의 역사 인식 부재를 질타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엔 강력하며 비교적 독립된 정보기관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정보기관이 정치로부터 독립되어 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물론 우리나라 정보기관이 정치에서 완전하게 독립된 적은 없다고 봐야 하겠습니다만, 상대적으로 정보기관이나 감찰기관의 독립성이 보장됐을 때 우리의 국력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지금 정보와 감찰 수사기관이 모두 정치에 종속되고, 정치권의 눈치, 그것도 행정부 수반의 눈치만을 보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 대응하는 정부의 자세에서 여러분은 무엇을 느꼈습니까.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과연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잘 대처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북한과 일본에도 이렇게 우습게 보일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어디 거기 뿐입니까? 지금 러시아와 중국 같은 나라들은, 그리고 심지어는 우리의 우방이라는 미국이라던지, 한국을 어떤 나라로 보고 있을지 감이 안 오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