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이 듬성듬성한 초로의 이 천부가 외람되지만 대한민국 정부에 안부를 묻습니다.
슬퍼하고 계십니까? 아픔을 느끼고 계신가요? 금지옥엽으로 기른 자식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와 예정에도 없던 이별을 해야하는 부모의 애닯픈 사연들도 들리시나요? 식음을 전폐하고 오직 자식의 생환만을 기원하는 그들의 간절한 기도가 들리십니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겨를도 없이 아이들을 가둔 바다를 향해 자식을 돌려달라는 부모의 처절한 외마디 절규도 듣고 계십니까? 실낱같던 기대와 희망도, 아이들 생사의 마지노선인 금쪽같던 시간, 이른바 골든타임도 이미 지난지 오래, 속절없는 한숨으로 체념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부모, 그들이 쏱아내는 비통함을 헤아리고 계십니까? 원망도, 분노도, 저절로 새어나오는 긴 탄식속에 묻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서러움을 무엇으로 달래 줄 수 있을까요? 극에 달 한 국민들의 정신적 고통은 차치하고라도 말입니다.
청와대의 벽은 참으로 높은가 봅니다. 살려달라고,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아이들을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모두의 바람이 담긴 이 아우성이 그 담을 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가늠컨대, 죽음의 슬픔과 고통은 다 같겠지만 누구의 죽음인가에 따라 느끼는 아픔의 정도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부모가 돌아가신 자식의 슬픔과 자식이 죽은 부모의 슬픔은 그 무게와 차원이 전혀 다를 것이라 감히 짐작해 보기도 합니다. 하물며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한 가정의 아픈 사연과 후회스런 고통을 누가 감히 헤아릴 수가 있겠습니까. 제 자식 생각하여 슬픔에 빠져들기도 하고 누구를 향한 알 수 없는 분노가 일어나기도 할 것입니다. 누구나 그러하 듯...
더더욱 버팀목이던 국가에게 버림받았다면, 그 설움은 섣부른 위로로 달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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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을 보고 무엇을 느끼십니까?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의 영정자리를 미리 마련한 합동분향소, 조문을 위해 먼 길마다 않고 찾아오신 분들이 저 빈자리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요? 이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이런 상황 속에서도 살아야 하는 이유와 의미를 찾을 수가 있을까요? 내가 당한 일이 아니기에 이것도 그냥 지나쳐야 되는 것일까요?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까지 그 길지 않은 순간에 배에 갇힌 아이들이 두려움에 떨며 누군가의 구조를 기다렸을 것을 생각하면 차마 분향소를 올려다 볼 용기 조차 낼 수 없습니다. 아흐레 동안 흘린 눈물이 한 말이오, 갈갈이 찢겨진 가슴에 뿌린 소금이 석 되인데, 미개한 어른의 미안함과 죄스러움은 좀체 사그러들지 않습니다. 온국민이 비탄에 젖는 것도 이 천부의 심정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진 빚이 너무 많기에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는....
수많은 어린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몬 이번 참사가 온 국민을 충격과 혼란으로 몰아 넣을 즈음, 어려운 걸음으로 사고현장을 찾아준 국정최고책임자의 방문이 희망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최선을 다하겠다" 는 이 짧막한 한마디는 모두에게 힘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기까지 였습니다.
중앙안전대책본부의 허둥지둥은 혼돈을 자초하여 불신을 초래하고, 뒤이어 차려진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미숙한 대응으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또 한번 상처를 입히고 말았습니다. 이 와중에 청와대는 입을 닫고 여론의 향배를 쫓는데 급급하고, 유명무실한 총리는 총알받이란 비아냥을 피해갈 수 없었으니,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이라는 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대참사의 전적인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주지의 사실을 애써 부정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더라 이 말입니다...
# 겁박과 회유로는 흉흉한 민심을 가라앉힐 수 없습니다.
정부의 난감한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콘트롤타워의 붕괴, 메뉴얼을 무색케하는 시스템의 부재, 사회 저명인사들의 연이은 몰지각한 망언과 망발, 날로 드러나는 정부의 무능, 그에 비례해 높아지는 국민들의 비난과 원성,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책임회피에 연연하고 재앙에 속수무책인 정부를 속절없이 바라봐야 하는 국민들의 심정만 하겠습니까. 구심점을 잃은 국민은 실망과 절망감에 분노를 표출할 수밖에 없을 터, 반감이 높아지는 것이야 당연한 수순이겠죠. 이런 정부를 비판하면 반정부세력으로 몰아세워 본질을 흐리려는 구태에 국민들은 거부감을 나타냈던 것이고, 책임지는 자세가 아닌 변명으로 일관하는 정부가 미덥지 못하다는 경고마저 무시함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수십년째 이어온 관행을 타파하고, 실속없는 부처들에게 추상같은 경고를 가하고, 소위 해피아와 해운조합간의 커넥션을 밝혀내고, 선박회사 지주의 비리를 들춰 법의 심판을 받게하는 것, 쌍수로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순서를 뒤바꾼다면 그 의미가 퇴색되고 말 것입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이들의 희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면 결코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이지요.
더더욱 폐기대상인 언론에게 보도지침을 내려 여론을 호도하려는 몰상식한 짓은 단언컨대 이 정부에 도움될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진심은 통한다" 고 했습니다. 시간을 허비하지 마시고 더 늦기 전에 용단을 내리십시요. 오만함으로 버티기에는 너무 멀리 왔습니다. 아직도 사태를 직시하지 못하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려 한다면 돌이키기 힘든 악몽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국민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해 있다는 말씀입니다...
듣기 싫은 소리로 이 천부의 심정을 전할 수밖에 없는 외람됨을 이해하여 주십시요. 하지만 국가란 국민이고, 그 국민이 곧 이 땅의 주인이기에 도리를 다한 것 뿐입니다. 부디 언짢케 받아들이지 마시고 많은 국민의 충심을 헤아려 주시길 강권합니다. 환관들의 달콤한 귓속말에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마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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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면 세월호도 또 잊혀질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잊고 무엇은 잊지 말아야 하는가 다시한번 되돌아보고. 수많은 어린 생명이 허무하게 사라지도록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생명의 가치보다 경제적 가치를 높인 우리 모두의 탐욕과 어리석음의 죄가 낳은 희생양들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따르면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는다" 고 했습니다. 새로운 법의 제정과 재난 메뉴얼의 정비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죄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 부끄러운 어른들로서 도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꽃보다 아름답던 아이들, 부디 슬픔도 고통도 없는 곳에서 꽃향기 머금은 채 편히 쉬렴...
남은 너희 친구들, 기적이 있다면 반드시 일어나기를 빌고 또 빌께...
지켜주지 못해서 참으로 면목없고...미안하고 또 미안하다....